도대체 모유수유 왜 안 끊고 질질 끊었어요?

by P맘한입

이제 젖을 끊고 나니 우리 아기도 어엿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사실 돌이면 어엿한 사람이니 벌써 그렇게 느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젖을 준다'는 행위 때문에 내가 아기를 더 아기처럼 느끼고, 우리 아기도 스스로를 더 아기처럼 느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 아기를 지칭하는 말로 태명 '축복이' 대신, 별명'채채'라고 부르려고 한다.





모유수유를 끊은 지 3일이 지났다.

11월 21일 모유수유를 끝으로 3일간 전혀 젖을 주지 않고 있다. 그런데 채채는 생각보다 젖을 찾지 않는다. 젖물잠을 1년 넘게 했기에 졸릴 때 나한테 매달려 젖을 찾는 제스처는 취한다. 하지만 남편이 아기를 맡아서 봐주거나 내가 다른 사물을 가지고 채채의 관심을 돌리면 그리 어렵지 않게 주의를 돌릴 수 있다. 이건 그전에는 절대 안 되던 것이었다. 이게 쉬웠다면 젖물잠을 못 끊어서 몇 개월간 고생하진 않았을 것이다.


나에게 온 엄청난 변화가 있다. 새벽에 더 이상 깨지 않아도 된다. 모유수유를 끊고 나니 아기가 잠을 잘 잔다. 채채는 원래 새벽에 3~4번씩 깨서 젖을 먹고 자던 터라 나는 늘 비몽사몽이었다. 남편은 밤잠을 한 번도 안 깨더라도 나는 깨어야 했다. 하지만 그건 옛말이 되었다. 이제 내가 재우지 않아도 된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나는 '못' 재운다. 내가 재우면 젖을 달라고 울기 때문에 남편이 아기를 도맡게 된 것이다. 남편은 잠귀가 어둡다. 채채가 울어도 잘 못 듣는다.

그래서인지 통잠을 잤다.
채채도, 나도.

어제도 저녁 8시 30분에 잠들어서 5시 30분에 한번 깨서 분유를 살짝 먹고 다시 잠들었다가, 아침 8시 30분까지 쭉 잤다. 12시간 수면이다. 일명 통잠이다. 우리 아기가 통잠이라니! 보통 부모가 백일의 기적 때 겪던 일을 우리는 돌이 훨씬 지나 겪는다니. 채채에게도 미안하다. 모유수유를 질질 끌다가 채채의 깊은 잠을 방해했던 건가. 그래서 영유아검진에서 키도 하위 20%가 나오건가 싶다. 이제라도 잘 자서 다행이다.


수면의 질이 높아진 건 채채뿐이 아니다. 나도 그렇다! 얼마 만에 쭉 자보는가! 임신 기간 때도 유독 나는 손발과 하체가 많이 저려서 잠을 계속 깨고 깊이 못 잤는데. 거의 2년 동안 잠을 못 자다가 제대로 자고 일어나니 아침의 기분이 생소했다. 자고 일어나니 어려진 기분이 든달까.




그러니 이제라도 단유를 해서 다행이다. 은채도, 나도 살 길을 이제야 찾았다. 누가 모유수유가 좋다고만 했는가. 왜 모유수유의 힘든 점은 말해주지 않았는가! 이런 애로사항이 있는 줄 알았다면 조리원에서 나는 모유수유에 목숨을 걸지 않았을 거다. 누군가는 말해줘야 한다. 모유수유를 하는 순간, 육아난이도는 2배, 아니 그 이상이 된다고. (내 주변 모유수유 맘들의 이야기와 분유수유 맘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봤을 때 내가 내린 결론이다.)


물론, 젖 물리는 시간이 행복했다. 채채와 가까이에서 눈 맞추는 그 밥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하지만, 그 행복의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수면 부족, 식사거부, 영양결핍, 성장저하, 엄마의 만성피로... 사랑하는 우리 딸을 위해 무엇을 못하겠느냐마는 내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모유수유 자체가 채채에게 좋지 않은 영향도 꽤 끼쳤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그래, 이제라도 끊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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