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아기가 어쩌다가 TV 나온 썰 풉니다.

398일 차 아기 육아일기

by P맘한입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어릴 적 정말 많이 부른 노래고, 지금 우리 채채에게도 많이 불러주는 노래다. 그런데 이게 이렇게 빨리 현실이 될 줄이야! 우리 채채와 나, 남편 우리 가족 모두 TV에 나왔다. 그것도 대한민국 대표방송 KBS 생생정보통에!





모든 것은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되었다.


하루는 내가 이웃인 D맘집에 놀러 갔다. D맘은 둘째가 우리 채채와 동갑인 조리원 동기다. 첫째는 4살이라 이미 어린이집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D맘에게 전화가 왔다. 첫째가 다니는 어린이집 원장님이었다. 이 집에 갓 돌 지난 둘째가 있다는 걸 아는 원장님이 '둘째랑 스파에 놀러 올 수 있느냐'는 것. 단 촬영 동의를 해야 한단다. 나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스파? 이 겨울에 무슨 스파? 촬영 동의는 또 뭐지?


내막을 들어보니 우리 구에 새로 개관한 스파 키즈카페가 있는데 그게 유명해지면서 생생정보통에서 취재를 나온다는 것이다. 스파 키즈카페 소개를 위해 따로 이용객을 모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장님 D맘과 아기가 참여할 수 있는지, 혹시 아는 사람도 데려올 수 있는지 물었다.


아, 그 스파. 나도 동네맘들한테 이야기를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 시설이 좋은 만큼 예약 경쟁도 치열해서 나는 사실 가보지도 못했다. 화요일 아침 9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예약은 이미 마감이었다. 그런데 예약 경쟁 없이 그냥 갈 수 있다? 너무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방송 출연이 마음에 걸렸다. 거기에 간다고 무조건 방송에 나오는 건 아니겠지만, 내 얼굴이, 그리고 채채 얼굴이 나오는 게 괜찮나 고민되었다. 방송에 나온다는 거 자체가 부담스럽기도 했다. 제안을 들은 순간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하지만 내 입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D도 간다고요? 그럼 너무 좋은 기회인데요?
저도 늘 그 수영장 채채 데리고 가고 싶었거든요.


하, 내 닉네임이 뭔가. P맘한입 아닌가. 역시 나는 P다. 그게 언제인지도 묻지도 않고 덮어두고 덥석 물어버렸다. 알고 보니 하필이면 촬영일은 시댁식구들과의 식사가 예정되어 있는 날이었다. 스파에 갔다 식사자리에 가면 아예 못 가진 않겠지만 조금은 늦게 도착할 것 같았다. 그래서 스파 제안을 승낙해 놓고도 엄청나게 고민을 했다. 금요일에 제안받았는데 바로 월요일이 촬영이라 주말 내내 엄청나게 고민을 했다.


내 결정은 '그냥 고'였다. 남편은 무리하지 말자고 했지만, 막상 혹시 TV에 나오게 된다면 채채가 큰 다음에 보여주기에도 너무 좋은 영상자료로 남을 것 같았다. 사실 채채의 사진과 영상이야, 매일 폰으로 찍지만 방송국 카메라에 담긴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이것도 너무 뜻깊지 않은가! 그래서 여러 고민 속에서도 가보자, 생각했다.






일요일 밤, 나는 P가 아닌 J가 되었다.
그것도 슈우우우우우우퍼 J.

나는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에 매우 약한데, 내일 우리의 일정이 타이트하다고 생각하니 절로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채채의 수영복과 방수기저귀 등 물놀이용품을 챙겼다. 평소 남편이 채채의 수영복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참에 예쁜 걸로 하나 다시 사서 준비했다. 혹시 채채가 TV에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하며 물놀이를 하기에도, 촬영에도 괜찮을 내 옷도 골랐다. 사실 입을 게 없어서 하나 새로 사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외출도 별로 안 하는 내가 방송 때문에 옷을 사는 건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 간신히 참았다. 그리고 물놀이 이후 시댁식구들과 식사자리에 적합한 옷도 땨로 챙겼다. 채채가 입을 평상복도 따로 챙겨 잘 보이는 곳에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내일은 아무것도 고민할 필요 없게 만발의 준비를 다 해둔 것이다. 무계획의 대명사, 나 P맘한입이! 남편은 너무 걱정하며 미리 준비하는 내 모습을 보더니 의아해했다.

누가 보면 채채 특집하는 줄 알겠다!


맞다, 평소의 나 같지 않았다. 보통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준비를 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식사일정 때문에 조금 일찍 자리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 마음이 바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렇게 준비해서 기왕 가는 거 TV 나오면 좋겠다 싶으니 자꾸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잠이 오지 않았다. 설레었다. 한 번도 방송 촬영을 어떻게 하는지 본 적이 없기에 내일의 현장이 상상되지 않았다. 억지로 눈을 붙였다.





서두르자, 서둘러!

평소와 비슷하지만 다른 아침이었다. 채채의 아침식사는 모두 준비되어 있었고, 채채가 늑장 부릴 시간은 없었다. 평소라면 안 먹는 채채의 입에 뭐라도 억지로 밀어 넣으려고 애를 썼을 나지만, 오늘만큼은 나도 쿨하게 바로 포기하고 나갈 채비를 했다. 약속시간은 10시 반. 하지만 우리는 10시도 전에 도착했다. 늘 지각만 하는 우리가 이렇게나 미리 가게 된 것이다.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와 있을 줄 알았다. 촬영팀도 와서 기다리고 있겠지, 기대했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촬영팀도 없었다. 키즈카페 관련 공무원분들만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민망했다. TV 나오고 싶어서 잔뜩 들뜨고 긴장한 마음이 들킨 것 같았다. 그 민망한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가고 10시 20분이 되어도 아무도 오지 않다가 30분쯤이 되니, 촬영 PD님도 오셨고 다른 아기들도 왔다.


PD님이 오시자마자 촬영과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모든 것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우리 채채와 내가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면서 노는 것도 찍혔고, 스파에 들어가서 노는 것도 찍혔다. 우리 가족이 일찍 가서 기다린 덕분에 우리는 꽤나 많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남편 2번, 나 3번. 마지막엔 우리 부부의 이름까지 물어봤다. 하지만 근데 아기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PD님은 우리뿐 아니라 모든 부모들을 인터뷰하고 모든 아기들을 찍으시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이 자료를 구해놓고 나중에 괜찮은 인터뷰를 편집해서 내보내는 것 같았다. 그러니 우리가 나올지는 방송날까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경험 자체가 신선했다. 내가 촬영현장에 있다니! 방송의 비밀을 엿보고 있다니!!

나랑 채채가 인터뷰하고 있는 장면을. 화면 속의 내 모습을 마주하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왜 저렇게 자세는 구부정한가, 머리는 왜 저런가! 연예인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우리 채채는 수영장에 오랜만에 가서 그런지 한없이 즐거워했다. 가을쯤에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 2박 3일 간 호캉스를 할 때도 싫어했는데, 그때 수영장이 떠나가도록 소리 지르는 아기는 우리 채채밖에 없어서 속상했는데. 두 달 만에 어떻게 그렇게 물이 좋아졌나 이상할 정도였다. 어쨌거나 우리 채채는 물속에 들어가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방송은 둘째치고 채채가 좋아하니 너무 행복했다. 데려오길 잘했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또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정된 가족 식사를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는 일찍 나왔지만 미련이 없었다. 채채도 너무 좋아했고, 그래서 우리도 행복했으니까. 거기다 럭키하게 인터뷰도 제일 많이 한 것 같으니까!? 식사하러 가는 길이 뿌듯했다. 우리 채채는 카시트에서 분유를 조금 빨다가 컵을 한 손에 꼭 쥐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10분 지각. 그 정도 지각은 예상했고 미리 말씀드려 놓았기에 양호한 수준이었다.


오늘,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남편,
그러니까 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니까?


이제 금요일 생생정보통 방송만 기다린다. 우리가 과연 나올까? 우리 채채가 나올까?


To be continued...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