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TV 나왔다!

402일 차 아기 육아일기

by P맘한입
금요일 저녁 6시 35분

우리 가족은 TV 앞에 앉았다. 아기 앞에서는 절대 TV를 켜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우리 부부이지만, 오늘만큼은 켜야 한다. 어쩔 수 없다. 바로 생생정보통에 우리가 나오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생생정보통 촬영지에서 인터뷰를 하고 같은 주 금요일에 방영이 되는,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얼마나 긴장되었는지 모른다. 과연 우리가 나올까? 우리 아기 채채가 나올까?



한 살 아기가 어쩌다가 TV 나온 썰 풉니다.

*이 글에 촬영장 현장 이야기를 자세하게 적어놨다.




친정 부모님께는 미리부터 얘기해 두었지만 확인차 또 전화를 했다.

엄마, 아빠!
지금 생생정보통 시작했는데 보고 있죠?


우리 채채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시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연히 채널 고정이라고 하셨다. 남편은 혹시 우리가 안 나오면 어쩌냐며 시부모님께 알리려 하지 않았다. 내 생각은 달랐다. 이렇게 기다리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재미인가! 어르신들 이 시간에 그렇게 바쁘시지도 않을 텐데 이 재미를 놓치게 되는 게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뭐 내가 구태여 왈가왈부하지는 않았다.





생생정보통, 너무 오랜만이 이었다. 금요일 저녁 6시 반. 결혼 전의 나라면 절대 집에 들어오지 않을 시간이며, 육아 후에는 절대로 TV를 켜지 못할 시간이었다. 내가 생생정보통을 봤다면 그건 아마 중학생 때쯤이나 아닐까 싶다. 너무나 오랜만에 보는 생생정보통에는 다양한 주제가 소개되었다. 하지만 좀처럼 우리가 나올 법한 이야기는 소개되지 않았다.


오늘이 아닌가, 의심이 갔다. 그러면서도 TV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프로그램이 또 생각보다 재미있기도 했다. 예산 지역을 소개하면서 나온 한 할머니와 오빠의 이야기는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까지 났다. 옆에서 남편은 우리가 나오는지 보다가 갑자기 울어버리는 경우는 또 뭐냐고 핀잔을 주었다. 그렇게 우리의 TV 시청의 원래 목적이 살짝 흐려질 무렵, 우리의 주제가 딱 나왔다.


서울형 키즈카페


우리가 이번 방송에 나온다면, 이 주제에 나올 것이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런데 시작부터 우리 얼굴이 무차별적으로 나왔다. 채채도, 나도, 남편도 모두 나왔다. 내 옆에 있는 남편은 TV 속에 들어가서도 말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내가, 우리 채채가, 우리 남편이 TV에 나오다니! 우리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고 채채는 영문도 모른 채 그런 우리를 즐겁게 바라보았다. TV에 본인이 나오고 있는데도 그걸 모르고 채채는 우리만 보고 웃고 있었다. 남편은 그제야 시부모님께 전화를 했다. 지금 TV에 채채가 나온다고, 우리가 나온다고 잔뜩 상기되어 설명을 했다. 그러는 바람에 방송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다행히 시부모님께서는 TV 앞에 앉아계셔서 우리 인생의 TV 출연 장면을 라이브로 목격하셨다.


정말 생각 외로 우리 가족의 분량이 정말 많았다. '서울형 키즈카페'라는 주제가 메인 주제가 아니라서 그런지 방송 시간은 5분이 채 안되었다. 그럼에도 우리 가족은 틈틈이 많이도 나왔다. 남편과 나 모두 인터뷰 장면이 나오고, 채채가 노는 장면, 수영하는 장면, 심지어 목욕하는 장면까지도 나왔다. 남편과 나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도파민 폭발 수준이 아니라 도파민 폭죽놀이다.


우리 채채가 물놀이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담겨 TV로 나오니 참 흐뭇했다. 채채가 아직은 한 살이지만 좀 컸을 때 이 영상을 보면 얼마나 자랑스러워할까. 이런 추억을 남겨줄 수 있어서 부모로서 참 뿌듯했다. 그리고 방송관계자들이 우리 가족을 예쁘게 봐주셔서(?) 많은 부모님들의 인터뷰를 제치고 우리 가족의 인터뷰를 내보내주셔서 감사하다. 30분이나 일찍 가서 기다린, 우리의 경건하고 간절한 마음이 와닿았기 때문인가.





그러고 보면, 참 사람은 P와 J의 성향 모두 갖춰있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즉흥적인 P성향이 강하기에, 앞뒤 안 가리고 덮어놓고 촬영제의를 승낙할 수 있었다. 그리고 J는 아니지만 그래도 잘하고 싶은 마음에 나름의 계획을 했다. 전날부터 준비, 또 준비를 하고 촬영장에도 30분이나 일찍 가서 기다린 덕분에 많은 분량을 얻어낼(?) 수 있었다.


TV 잠깐 나온 걸로 며칠간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꼈다. 너무 신기하게도 지인에게 '너네 가족 TV 나왔다며' 연락까지 오는 걸 보니 신기했다. 당연히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는데도. 연예인이 된다면 이렇게 늘 방송이 기다려지겠지. 나는 MBTI가 ESFP인데 '자유로운 연예인형'이다. 이 이벤트가 이렇게 즐겁고 도파민 터지는 걸 보니 나는 정말 연예인 형이 맞나 보다. 이쯤 되면 채채를 위해서가 아니라 TV 나오고 싶어서 이 모든 일을 벌인 걸까 아리송해진다.


그런데 속상한 점도 있다. TV 화면에 나온 내 모습이 너무 이상했다. 얼굴도 이상하고, 머리도, 화장도, 말하면서 짓는 표정까지도 이상해 보였다. 출산 후에 관리하지 않은 내가 성적표를 받은 기분이다. 내 생에 또다시 TV에 나올 일은 없다고 해도 언젠간 그런 기회가 온다면 꼭 붙잡고 싶다! (이제 서른이 넘어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면서도 연예인이 되고 싶은 것처럼 말하는 나 자신이 웃기다.) 그때는 얼굴도, 머리도, 화장도, 표정도 예쁘게 나올 수 있게, 무엇보다 채채에게 자랑스러운 미모의 엄마가 될 수 있게!


내가 지금 사춘기 소녀가 된 것 마냥 웃긴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아 쓰면서도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 가족의 TV 출연은 이번 주의 활력을 가득 불어넣어 줬다.


역시, 기회는 잡는 자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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