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아기, 벌써 학원 가요?

13개월 아기 육아일기(402일 차)

by P맘한입
집에만 있는 아기

13개월인 우리 채채는 거의 집에만 있다. 이맘때 아기들은 어린이집에 다니기도 하고 엄마랑 주기적으로 문화센터를 다니기도 하지만 우리 채채는 좀처럼 외출하는 일이 없다. 딱히 엄청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가을까지만 해도 우리는 나들이도 곧잘 나갔지만 이제 너무 추워지니 자연히 집안에 웅크리게 되었다. 그리고 돌 이후 한 달 정도는 장염에 돌치레까지 겪느라 병간호하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독감과 코로나, 수족구 같은 병이 무섭게 느껴졌다. 어린이집을 다니느라 그런 병에 걸리면 억울하지도 않겠는데 가정보육하는 아기가 괜히 외출 한 번으로 걸리면 누굴 탓하랴 싶었다. 그래서 요 근래 채채는 '집에만 있는 아기'가 되었다.


다들 내게 묻는다.

그렇게 집에만 있으면 안 답답해요?

나는 결혼 전에는 알아주는 밖순이었지만 지금 아기와 같이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삶이 그다지 답답하지는 않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기본적인 현생 살기도 바쁘다'는 거다. 채채는 정말 '지지리도' 안 먹는 아기라, 먹이고 치우는 것만으로 하루 3번 3시간이 날아간다. 그리고 요리 똥손이 아기 요리를 한다는 건 하루 2시간 정도는 헌신한다는 뜻이 된다. 그러므로 뭐 한가하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다. 그래서 답답할 새도 없다.





우연히 집 앞에서 동네 엄마를 만났다. 채채가 13개월이지만 아직 걷지 못한다고 하니, 바깥 활동을 늘리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 집 아기는 두 돌이 넘은 아기인데 아직도 언어가 트이지 않아 병원을 찾았더니 '대근육 활동을 늘리라'고 했단다. 언어능력과 대근육활동이 연관이 있다니 생소했다. 하지만 묘하게 설득이 되었다. 그 엄마는 채채 개월수 즈음해서 다녔다는 '짐보리'를 추천해 줬다.


짐보리는 아기 놀이수업 프로그램인데 문센보다는 소규모이고 미끄럼틀 같은 기구들이 있다고 한다. 문센이랑은 뭐가 다를까? 우선 나는 문센을 좋아하지 않는 엄마다. 큰맘 먹고 갔던 문센에서는 번번이 실망만 해서 돌아왔다. 그 생생한 후기는 다른 글에 적어놨다. ( 8개월 아기 첫 문센, 문화센터 별 거 없네 / 8개월 아기 데리고 문화센터 이제 안 갈랍니다 ) 물론 문화센터에 적응해 너무 잘 다니는 분들이 주변에 많이 계신다. 하지만 나는 시간과 효율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문센은 내가 쳐다보지 않을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과연 짐보리는 어떨까?


즉흥의 최고봉인 나, P맘한입은 바로 전화를 해서 짐보리 무료 체험수업을 잡았다. 다른 엄마들과 공동육아를 자주 하는 것도, 특별한 스케줄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는 시간은 바로 만들 수 있었다. 바로 다음날 체험수업을 들었다. '무료'라는 말을 믿고 가볍게 참여한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짐보리에서 충격을 받다

첫째, 채채가 얼어있었다. 그러나 다른 아기들은 너무나 활발하게 기구들을 잘 타고 다니며 즐기는데 채채는 나에게 딱 붙어서 떨어질 줄 몰랐다. 이래서 바로 집에서만 키운 티가 나는구나 싶었다. 문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8개월과 13개월의 채채는 완전히 다르므로 한번의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금액이 생각보다 비쌌다. '무료'라는 말만 믿고 덜컥 신청했지만 거기엔 조건이 있었다. 바로 다음 주에 등록을 해야만 오늘 체험수업이 무료가 된다는 것이다. 그냥 말 그대로 체험만 할 경우는 3만 8천 원이라는 거금을 내야 했다. 설렁설렁 갔다가 학원을 찾느라 10분을 늦었기 때문에 40분에 3만 8천 원인셈. 아무리 '아기'라는 말만 붙으면 비싸진다는 '아기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해도 비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가격 상담을 받으니 3개월에 47만 원(가입비 포함)이란다. 한 달에 15만 원이 넘는 가격인데 문화센터 프로그램에 비교하면 2배가 넘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또 꼴에(?) 보는 눈이 있는 나는 꼭 그렇게 비싼 게 맘에 든다. 문화센터에 비해 나는 짐보리가 더 마음에 들었다. 가격이 너무 부담되어 일단 그 자리에서는 결정하지 않고 집에 와서 고심했다.




교육을 전공한 나는 아기가 어릴 때 예체능을 많이 가르치고 싶다. 그게 좋다는 걸 안다. 그래서 예체능에 돈을 쏟아부을(?)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나는 지금 현실적인 준비는 되어 있지 않은, 아직 부족한 엄마다. 막상 거금을 아기 학원에 쓰려니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혼자 나에게 딱 붙어서 낯설어하는 채채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남들은 문화센터를 매주 데리고 다니며 여러 사람들과 마주치며 익힌 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막연히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대근육 발달이 인지 발달과 언어발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니 이 시간을 멍하니 흘려보내지 말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짐보리의 장점
짐보리를 선택한 이유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문센보다 짐보리의 활동이 더 자유롭다는 점이다. 짐보리도 어떤 활동을 해보라고 수업 초두에 가이드를 주지만 그대로 할 필요는 없다. 통으로 시간을 주고 아기 주도로 공간을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다. 문화센터서는 수업 시간을 활동 1,2,3,4 이런 식으로 쪼개서 활동 1을 하다 말고 교구를 반납하고, 또 활동2 교구를 나눠주니 아기와 나는 정신없어하다가 끝났다. 안 그래도 자라면서 아기는 시간에 쫓기게 될 텐데 한 살부터 시간에 쫓기며 사물을 탐색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나 짐보리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기가 관심 있어하는 게 한 가지라면 그냥 그 한 가지만 탐색해도 된다.


그리고 채채는 아직 걷지 못하게 때문에 채채에게 딱 맞는 'Crawler' 수업이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문화센터에서 가장 유명한 유아 강좌인 '트니트니'는 정말 좋다고 엄마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있다. 하지만 걷다 못해 뛰는 아기들에게 적합하다고 하니, 혼자 서지도 못하는 우리 채채에겐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에 딱 맞게, 기어 다니는 아기들만 들어오는 수업에 있으면 자신감 있게 이것저것 탐색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센 트니트니는 여전히 기대 중이다. 나중에 가보는 걸로.


그리고 짐보리 수업이 조금 더 소수인원이다. 문화센터는 10명 이상의 아기가 참여하기도 한다. 그래서 더 정신이 없다. 하지만 짐보리는 열 명 미만의 아기들이 참여한다는데 실제 수업은 5명 정도였던 것 같다. 공간은 넓은데 인원이 별로 없으니 북적이지 않아 좋았다.





우리 아기의 첫 학원



4세고시다 뭐다 해서 말이 많은데, 내가 1살부터 학원을 보내게 될 줄이야. 0세부터 문화센터 쭉 다니는 엄마들도 있으니 이게 늦은 거다. 공원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캐나다에서 산다면 이런 학원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원 가려면 30분 이상 나가야 하는 서울 모퉁이에 사는 이상, 이런 학원은 어쩌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짐보리 수업을 제대로 시작해보지 않아 정확한 평가는 어렵다. 하지만 채채가 짐보리에서 대근육을 쓰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채채가 나에게 계속 딱 붙어있지는 않겠지. 잘 적응해 주면 좋겠다.


짐보리 관계자도 아니며, 대가성 후기도 아닌 순수한 나의 일상글임을 밝히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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