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차 아기 육아일기
문센 갈 시간이야! 일어나!
문화센터 수업을 앞두고 졸려하는 축복이를 재워야 할지, 그냥 안 재우고 가야 할지 갈등했다. 그렇다고 안 재우고 갔다가 수업 내내 울면 그것도 그것대로 낭패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재우기로 했다. 축복이가 20분 정도 자고 나도 서둘러 준비를 마쳤다. 더 이상 나가는 걸 지체할 수 없을 때 나는 축복이를 서둘러 깨워 아기띠를 하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워낙 집에서 늦게 나온 터라 아무리 서두른다 해도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심지어 문화센터 수업 시간은 40분이었다. 아기들의 집중 시간을 고려하면 40분도 길다. 하지만 내가 늦을수록 수업은 더 짧아진다는 게 문제였다.
지난 번에도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수업에 늦어 진땀을 뺐는데 오늘도 늦어버렸다. 하, 정말 지각인생이구나. 이건 P의 문제일까, 아니면 뭐가 문제일까. 초여름에 사놓은 아기띠 선풍기가 무색하게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버스에서 내려 서둘러 내려 올라가짔만 수업시작 12분 후에서야 도착했다. 지각 학부모는 이번에도 나밖에 없었다. 이미 동그랗게 둘러 앉아있는 학부모들 사이에 아기를 안고 멋쩍게 앉았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쾌활하고 열정적이셨는데 나와 축복이의 상태는 정 반대였다.
내가 늦어서 준비되지 않은 몸과 맘이 가장 문제였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문화센터 수업은 좀 실망스러웠다. 보리를 만지고 놀다가 별안간(?) 호랑이 옷을 입히라고 하더니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호랑이옷은 두꺼운 털옷에 모자까지 있어서 우리 축복이는 더워서 입히기도 전에 울고, 다른 아기들도 질색을 했다. 그리고 몇 분 있다가 바로 영어동화책을 휙휙 넘기며 읽어주며 노래를 불렀다. 그러더니 황급히 인사노래를 하고 수업이 끝났다. 교육적으로 많은 자극을 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활동간의 연계성이 부족하고 너무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내가 수업을 하는 사람이라 이런 부분들이 더 잘보였을 것이다.
아니, 그걸 다- 감안하더라도 집에서 시간이 많이 남고 아기와 단 둘이 있는 게 지루한 부모라면 충분히 올만하다. 수업료가 그리 비싼 것도 아니고(만 오천원 정도) 바람쐰다는 느낌으로 백화점 구경도 하고 들어오면 기분전환이 되니까. 그런데 이 더위에 운전 못하는 '내'가 아기띠하고 버스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것, 그리고 간지 30~40분 만에 끝나고 또 돌아오는 것, 그건 분명히 무리다. 그래서 지칠대로 지친 내가 이후 시간에도 아기를 돌보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도 손해로 된다고 느꼈다.
지난 번 수업 후에도 비슷하게 느꼈는데 오늘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오늘 수업을 끝으로 앞으로 예약해놓은 문화센터 원데이 수업을 모두 취소했다. 내 주변에 문센을 일주일에 두 번 가는 엄마들도 있다. 그분들은 만족도가 매우 높다. 아기 발달에도 좋고 엄마에게도 좋단다. 하지만 아무리 좋대도, 나는 아닌 걸로 결론지었다. 내 능력 밖인걸 어쩌겠는가.
부지런한 엄마들 존경합니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지만 내 한계는 인정해야겠지.
지난 번 문센후기는 여기에 남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