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병영, 창조경제만큼이나 무책임하고 낭만적인 선택지
"복지는 좋지만 무상 공짜는 안된다."
이는 약자를 도태시키는 극단적 자유시장과 비효율과 무능의 극치인 사회주의 양쪽을 선택할 수 없었던 다수 대중들이 가장 무난하게 도달하는 선택지인 듯하다. 간단하게, 이것이 가장 예쁘장하고 낭만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일전 '선진병영', '창조경제', '새정치'를 까면서 말한 바 있듯, 세상엔 보기도 먹기도 좋은 떡이란 존재하지 않음에, '못생긴 부분'을 함유하지 않는 이상적이고 완벽한 사상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설령 그렇게 보인다면 다 기만이고 사 기질이라 평한 바 있다. "공짜가 아닌 복지"역시 그러할진대, 정말 철저하게 그러하다. 간단하게, 공짜(무상)가 아닌 복지란 애초부터 존재할 수도 없는 모순이다!
정부가 실업자에게 취업 관련 기술 교육을 학원을 등록하는데 백만 원 중 50만 원을 보조해 준다 치자. 50만 원만큼은 본인이 부담하지만 남은 50은 공공의 몫이며, 당연히 이는 다수의 세금, 그것도 대부분 이거늬, 최태원 돈으로 구성된다. 이것은 '무상'이 아닌가?! 이것은 '공짜'가 아닌가?! 대체 "공짜가 아닌 복지"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여기서 시장주의적 견해를 가진 이들로부터 가끔 제시되는 복지(???)가 있는데, 복지는 있어야 하지만 시장주의 원칙은 소중함에 그것은 절대 '공짜'여선 안되기 때문에 그냥 해주면 안 되고 정부가 돈을 '빌려주는'방식을 차용해야만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시중금리보다 조금 적은 금리로 말이지.
이 정도만 돼도 으레 "그게 '복지'냐! 이 미친 시장주의자야!"라는 욕설이 달리곤 하지만 이 역시도 '무상'이라는 불편한 틀을 완전히 벗어날 수가 없다.
시중금리보다 낮다는 것은, 정부가 그냥 시장 속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돈놀이를 했을 때 기대되는 이자수익의 상당 부분을 포기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사실상 정부가 기대할 수 있었던 기대수익의 일부를 수혜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한 것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무상'이라 싫다고 한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안 남는다. 정부가 복지대상에게 '시중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 이게 '복지'야? 이게 그냥 자유시장인 거랑 대체 뭐가 달라 이 미친 시장주의자야!
결론은 간단하다. 복지이고, 재분배인 이상은 어느 정도는 반드시 '무상'이고 '공짜'일 수밖에 없다. 북유럽은 안 그러던가? 다 마찬가지이다. '공짜'이고 '무상'이니까 '그만큼'이 복지인 것이다! 고로 "복지는 좋지만 공짜, 무상은 싫다."는 표현은 "어떤 창도 막아내는 방패와 어떤 방패도 뚫어버리는 창"과 다를 바 없는 언어도단이다.
무엇이 되었건, 이름이 '복지'인 이상 정부는 수혜자에게 어떤 재화와 서비스를 시장 가격보다 '저렴하게' 제공할 수밖에 없다. 시장 가격과 동일 해지는 순간 이미 그것은 복지가 아니게 된다. 모든 복지는 어느 정도 '무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로 "무상의 정도를 현실에 맞추어 조율하자."는 이야기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무상이 아닌 복지를 하자."라는 말은 의미를 가질 수가 없다.
+'못생긴 면'이 존재하지 않는 정책, 사상은 있을 수 없다. 모든 정치적 선택은 어느 정도 살인이거나 강탈, 파괴, 죽음, 학살, 혐오, 차별, 배제, 일반화, 폭력, 강압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언제나 못생긴 선택지와 끔찍한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