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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와 무상복지

마르크스는 '공짜 복지'에 찬성한 적이 없다

by 박세환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마르크스는 한 번도 무상복지에 찬성한 적이 없다. 땀 흘리지 않는, 정당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이가 그 성취를 이뤄낸 이로부터 무상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받아가는 어떤 상황에 대해서 반대했던 이가 마르크스이다. 때문에 무상복지 논쟁에서 무상복지 반대자들이 이 부분을 (무상복지에 대한) 반대 논거로 차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마르크스도 무상복지 반대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 하지면 이런 식의 반대는 별로 추천할 만한 것이 못된다.


이거늬의 재산중 절반을 세금으로 거두어 없는 사람들에게 N빵으로 분배하면 이는 무상복지인가? 적어도 마르크스의 입장에선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마르크스의 입장에선 애초에 이건희나 최태원 같은 이들이 돈을 버는 상황 자체가 노동계급에 대한 부당한 착취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거늬의 전 재산중 절반을 강탈해 온다 하더라도, 이는 노동계급이 원래부터 정당히 가졌어야 했던 몫에 대한 정당한 '환수'인 것이지 결코 '무상'이 아닌 것이다.


아니, 전 재산의 100%를 가져와야 하는데 아직 절반이나 남겨 두었으니 이 마저도 지나치게 자비로운 상황인 것이라 해야 한다.(100%를 모두 강탈했다 하더라도 이것은 마르크스식 관점으론 결코 강탈이나 도둑질이 아닌 것이다. 정당한 환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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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무상복지'라는 용어 사용 자체에 호의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체 뭐가 '무상'이란 말인가! 그것은 애초에 노동계급이 돌려받았어야 했던 정당한 몫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오히려 전체의 절반만 돌려주는 주제에 "이 정도로 만족하고 고마워해라!"라고 말하려 함이 복지국가의 목적임으로, 우리는 완전한 공산주의가 아니라면 사민주의 복지국가도 반대하여야만 한다!

... 이것이 바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생각이다.


때문에 소련을 위시한 공산국가에서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이 이루어졌다 해도, 그들은 그것을 엄밀하게 '무상'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것은 노동계급이 원래부터 받았어야만 했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다!"


때문에 무상복지 반대자들이 그 근거를 마르크스로부터 가져오는 것은 별로 추천할 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 정말 마르크스의 주장을 무상복지 반대의 논거로 차용하고자 한다면, "애초에 이거늬나 최태원 류의 사람들이 얻게 되는 이득은 전부 노동계급에 대한 부당한 착취이자 강탈"이라는 마르크스의 선행 논리부터 먼저 수용할 수 있어야만 한다. 자, 당신은 여기까지 동의할 수 있는가?

아마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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