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만 공습

순진한 미국? 순진한 일본?

by 박세환

'진주만 공습'에 대한 정통 사관은

"착한 미쿸은 꿈도 못 꾸고 있었는데 못된 잽스가 생각도 못한 기습을 날렸다."


수정 사관은

"차칸 잽스는 전쟁 생각이 없었는데 못된 미쿸이 전쟁 덫 다 쳐두고 의도적으로 일본을 전쟁의 길로 유인했다."


...


결론은 둘 다 아니다.


사실, 진주만 훨씬 이전에 일본은 이미 추축국 삼국동맹에 가입했고 이미 그 시점부터 일본과 미국이 적이 된다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 어디서 전쟁이 시작될 것인지를 몰랐을 뿐.


외교 악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상호 적대관계가 만들어진 것이지

딱히

전~혀 생각 없이 순결했던 미쿸을 생각도 못하게 때린 것도 아니고

전~혀 생각 없이 순결했던 일본을 미국이 덫으로 옭아매 전쟁으로 빠뜨린 것도 아니다.


미국은 진주만 공습이 있기 전부터 조만간 일본이 한방 갈기러 올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게 하필 딱 그날 딱 거기 진주만이란 것까지를 예측하지 못했을 뿐이다.(그런데 하필 그 타이밍에 금쪽같은 항모 4척이 자리를 비웠던 것을 보면 과연 '진짜로' 몰랐던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당시 이승만이 이 기습을 얼마나 구체적인으로까지 예측했었는진 몰라도, 암튼 그 언저리에서 일본이 한방 갈기러 달려들 거란 그 자체는 그 시절 외교가에서 다들 예상했던 일.


참고로 야비한 잽스들은 진주만에 폭탄이 떨어지기 직전에 기적 같은 타이밍으로 선전포고 전문을 올려서 "비포고 기습공격"이란 비난을 모면하려고 했었다. 비겁함이 묻어나는 계획인데, 이게 대사관 전보 전달 과정에서 약간의 꼬임이 발생해 실제로는 폭탄이 떨어지고 30분 뒤에서야 공식 선전포고가 올라가게 됐다.


결국 빼도 밖도 못한 비포고 기습공격이 돼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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