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의 신성성과 사회 전체의 공리가 엇갈린다면?
시장의 원리를 중시하는 이들은 보통 두 가지의 이유를 제시한다.
1. 정부 공권력의 시장 개입은 개별 주체가 보유한 사유재산권에 대한 강압적 침해로, 그 자체로 부도덕하다.
2. 정부 공권력의 조정이 개입되지 않는 순수한 시장이 전체 공리(경제 발전)를 위해서도 더 바람직하다.
문제는 이 두 가지가 매번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에 그들이 중시하는 시장의 원리를 파괴해야지만, 정부가 그들이 신성시하는 바로 그 사유재산권을 침해해야지만 공리가 실현되는 상황이 있다면 그들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예를 들어서, 심각한 전염병이 퍼져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치자.(당연히 경제도 쇠퇴된다.) 이 전염병에 대한 치료제를 만들려면 많은 돈이 필요한데 충분한 돈과 은신처, 방역 수단을 개별 보유하고 있는 부자가 여기에 돈을 제공하려 하지 않아서 치료제 개발이 미루어지고 있다면, '공공'은 강압을 동원해서라도 그의 재산을 탈취하여 '치료제 개발'이라는 '공리'를 위해 사용해야만 하는가? 자연의 징벌을 받아들이고, 사람들의 죽음을 그저 묵묵히 수용해야만 하는가?
정부는 '사유재산의 신성성 위배' '사회주의' '호혜성 위반' 등등의 불편한 수식어들을 기꺼이 감당해야만 하는가?
실제 소수의 독과점 자본에 장악된 경제에선 위와 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조금만 지원해주면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을 무수한 개인, 집단들이 있지만 이미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독점자본들은 애써 이들을 지원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대감님들의 곳간엔 다 먹어치우지 못한 곡식들이 썩어 넘치고, 거리에는 굶어 죽는 백성들이 넘쳐난다.
이렇게 사유재산의 신성성과 사회 전체의 '공리'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평소 '시장'을 외치고 다니던 이들은 어떤 선택지로 향할 것인가?
나는 사유재산의 원리가 그렇게 신성하지도, 신성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 국가가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가 '사유재산의 신성성'이어서는 안 된다. 따지고 보면 '사재기 금지'도 사유재산 권리 침해이고 시장자유에 대한 제한이다. 시장자유의 신성성 하에 사재기도 허락해 주어야 하는가? 자본의 외국 이탈을 무작정 방조해야 하는가? 국가위기상황에서의 이동 통제도 잘못되었는가?
+지난 박정희 경제 글에 이어서, '자유시장'은 모든 상황에서 언제나 적용되어야 하는 절대적인 정답이 결코 아니다! 정부의 개입과 이로 인한 호혜성 파괴, 무임승차 발생은 종종 정당하며, 또 정당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