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모론은 믿고, 저 음모론은 욕하는 사람들
정치적 음모론자들이 한심해 보이는 건 세상을 너무나 쉽게 이분법으로 잘라 믿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은 어느 진영이든 탐욕에 취하면 타락할 수 있고, 정보는 언제나 왜곡될 수 있으며, 선동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안 그랬고, 쟤네만 그랬다."
천안함 음모론을 믿는 이들은
518 북 개입설에 대해서는 일절 무시한다.
이태원 압사사고 북 간첩 개입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그러나 세월호 음모론에 대해서는 개소리 말라며 '상식'을 내세운다.
지난 총선 민주당의 압승이 '부즈엉'의 결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들은
'그 분야'의 대가이자 원조맛집인 털보아조씨의 'K값 부즈엉 음모론'에 대해서는 애써 언급하려 하지 않는다.
무수히 반복해 온 말이지만 음모론자들이 진정으로 '반지성주의적인' 측면은 그들이 주장하는 음모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그들의 가장 비이성적이고 반지성적인 측면은,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음모를 '선택적으로' 믿는 인지적 편향에 있다.
정권이 자작극으로 배를 격침시키고, 비행기를 폭파시키고, 선거 결과가 대감님들의 손에서 손쉽게 조작되는 그런 막장 세상에서, '그런 음모'를 오직 한쪽 진영에서만 행했을 거라 믿는 지독한 확증편향. 이것이 그들을 역하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인 것이다.
세상이 막장이고 음모로 가득하다고 주장하면서
그 막장 행태가 '특정 진영'에만 속해있을 거라 믿고 있다면
당신의 문제는 지능이 아니라 양심이라고 보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