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을 할부로 나눠 쓰는 사람들에게
솔직히 후보들 누굴 보아도 다 고구마 퍽퍽 씹는 느낌만 나서 대선후보 토론 안 보고 있는데
후일담?을 들어보니, 이준석이 대형 사고를 쳤단다. 이재명, 권영국 앞에서 이재명 일가로 의심되는 여혐(??) 발언(이제 대한민국 모두가 다 아는 '그' 발언들..)을 보여주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뭐 당연히 명, 권 두 후보는 머뭇거렸고..
이준석 인격은 관우장비급이지 유비가 아니라서 정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누차 해왔던 바 있다. 그래서 그 '인격'이란 측면에 대해서는, 달리 더 첨언할 말이 없고
다만 좀 후련했던 측면은 있었다.
여성에게 기분 나쁜 말을 하는 자는 그 맥락을 떠나 가혹하게 응징해야 마땅하다는 게 여성/진보계의 오랜 문법이었다. 그리고 그 원칙대로라면, 여성/진보계의 지엄하신 피씨율에 따라 그 사건을 가혹하게 '찢어' 나가야 마땅했다. 그들은 '그 건'으로 내분이 나고, 싸우고, 자중지란을 일으키다 끝내 갈라서는 모습을 보여주며 내심 '분리'를 원해왔던 이들에게 정서적 만족감을 선사해 주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의 그들은 절대 안 싸운다. 왜?
... 서로가 서로를 너무 필요로 하니까.
이재명 세력은 승리를 위해 여성계의 협력이 필요하고(적어도 그들 스스로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여성계는 ‘인셀 대안우파들의 난’을 막아내기 위해 민주진보진영이라는 방패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들의 관계는, '원칙'이 아니라 '필요'로 묶여 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는 현명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추하다.
... 그리고 바로 그 점이, 늘 고까웠다.
정치에서 가장 더러운 것들은 언제나 ‘정치공학적으로는 맞는 선택’에서 싹튼다.
정치 누아르에서 흔히 보이던 그런 장면들처럼 말이다.
“우리 00 의원님 앞으로 나라 위해 하실 일이 많으신 분이신데, 이런 일로 발목 잡히시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XX물산 건 내려놓으시면, 우리도 이번 탈세건은 덮어드릴 수 있습니다. 이걸로 함께 가시죠.”
그렇게 원칙은 할부로 나뉘어 거래되고, 그들은 그렇게 또 하나의 연대를 성사시킨다.
그렇게 우리는 원칙을 참으로 잘 나눠 쓰는 이들만이 살아남는 정치의 풍경을 수도 없이 지켜보았다.
‘이재명 일가 발언 의혹과 여성계 반응'건도 마찬가지. 결국 정치공학의 탁자 위에서 적당히 분해되고 그렇게 적당히 사라질 요소'여야만' 했다.
그런데 '불편하게도', '눈치 없는 새X' 하나가, 페미 피씨들의 '원칙'을 애써! 다시! 상기시키며,
'눈 감아야만 가능한 연대'를 흔들고 들어온 것이다.
"그동안 여성/진보계가 줄창 주장해 온 윤리 문법대로라면, 이런 발언들은 대체 어케 보아야 할까요^오^"
그래서 그 눈치 없음이 가끔은 후련하다.
'힘없는 인셀 찐따'가 '그랬'으면, 애초에 광화문 골고다언덕 십자가에 못밖아 내걸었을 거 아닌가. 왜 그 '기준'이 누군가에겐 예외가 될 수 있는지 나도 궁금하긴 했다.
+박세환의 입장을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답변이 되었을 거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