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보다 자신의 30년 운전경력을 더 고집하는 사람들
대리운전으로 나이 많은 남성 고객들을 모시다 보면, 남자가 나이를 먹어가며 꼰대화되는 게 어느 정도 생물학적으로 내재된 특성이 아닐까 생각이 들곤 하는 게..
티맵과 같은 내비앱들은 실시간 교통 데이터 기반으로 가장 빠른 길을 계산해 낸다. 단순히 직선으로 빠르게 가는 게 아니라, 사고, 정체, 공사, 우회 등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낸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많은 남성 고객들은 계속 요구한다.
"마! 내가 이 길만 30년을 다닌 사람이여! 내비 그거 믿지 말고 내 말을 믿어. 여기선 좌회전 말고 직진으로 가고 그다음에 우회전."
1~2분의 시간 하나하나가 다 돈으로 이어지는 이 바닥에서 결국 나는 그렇게 10분 이상을, 심하면 30분 이상의 손해를 감수하게 된다.
단순히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늦게 가는 정도만 문제인 게 아니다.
한 번 내비의 경로를 벗어나 사람의 기억경로를 따라가게 될 경우, 내비를 벗어나라 말 한 이는 그 자신이 인간내비게이션으로써 마지막까지 경로 안내를 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술 먹고 대리 부른 인간들이 그게 될 리가 있나ㅋ 한 두 번 좌회전 우회전 읊조리다가 누가 전화 와서 전화받고, 폰으로 딴 거보고, 그러다가 술기운에 뻗어서 자버린다. 그러다 나~중에 일어나선
"아이고야! 아까 거기서 좌회전으로 틀었어야 했는데..! 아유 이걸 어떡하나... 기사양반, 조금만 다시 돌아갑시다. 이거 미안하게 됐어요.."
"..."
저들이라고 내비가 가장 빠르다는 걸 모를까? 난 아니라고 본다. 그저 빠른 길이 아니라 '내가 살던 방식대로만'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게 제일 편하니까. 그리고 그게 바로 '꼰대화'의 본질이 아닐까 한다. 모로 가도 결과만 같으면 될 법도 한데, 그 과정 하나하나가 다 '내 방식대로여야만' 비로소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다. ‘내가 걸어온 길’을 절대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런 이들 아래서 일 하는 부하직원들은 얼마나 피곤할는지...
결과가 같아도 과정이 내 방식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불편한 사람들. 누군가의 조언이 아무리 이성적이고 정확해도, 그게 ‘내 경험’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거부감부터 드는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의 옆에서 그들이 살아온 방식 그대로 돌아 돌아 도착지를 향하고, 그 손해는 나 혼자 감수한다.
참고로 같은 남자라도 젊은 남자들(말도 많고 탈도 많은 MZ남성, X대남)은 그런 요구를 결코 하지 않는다. 이들은 이들 데로 특성이 있는데, 이는 훗날 해 볼 이야기로 남겨두겠음ㅇㅇ
+어느 정도 이해를 해 보자면, '내비게이션'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엔 모든 차량마다 사회과부도 교과서 같은 거대한 전국지도 하나씩을 확보해 두고선 매번 경로를 토씨하나 안 틀리고 암기해서 다녀야만 했다. "XX국도 지나서 XX터널 나오자마자 XX인터체인지로 빠짐. XX대교 넘어가서 바로 좌회전." 여기서 한 블록이라도 틀어지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한 시간 두 시간 같은 곳 뱅글뱅글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 시절 운전대를 잡았던 이들이 그때의 습관으로부터 쉬이 바뀌지 못하는 측면도 분명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