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대남 극우화 어쩌고

정서적 결핍에서 싹트는 위악

by 박세환

최근 좌파경제를 옹호하며 'X대남의 위악적 정서'를 비판해 왔지만, 단순한 도덕심으로 이들을 단죄할 수 없다는 걸 나는 잘 안다. 집단적 정서에는 이유가 있고, 그 정서를 만든 뿌리는 대체로 정치적 표면에서 드러나는 것들보다 깊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나 자신도 ‘전향’ 이전엔 리버테리언 우익우파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이론적이라기보단 하나의 피상적인 정서체계로서 말이다. 사실 대부분의 민중이 특정 이념을 따르게 되는 경로란 게 그렇지 않은가. 공자의 '논어'를 통독한 뒤 유교를 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며, ‘꾸란’을 정독한 뒤에 이슬람을 평가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던가. 나도 그랬을 뿐이다.


"차피 세상은 약육강식이야.. 약자는 잡아먹혀 죽는 게 자연의 섭리고 하느님이 처음부터 정해놓으신 바였어."

"사랑이니 평화니 하는 개 얨병같은 헛소리들은 그저 인간이 만든 거짓된 환상일 뿐이야. 우리는 그저 끝없이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고 죽고 죽여야만 해! 폭력 피 죽음, 그냥 이것들이 저주받은 세상의 진정한 본질인 거야!"


이런 말들은 내가 ‘그들’을 풍자적으로 묘사할 때 종종 쓰는 대사들이지만, 실은 나 자신이 입에 달고 살던 대사들이기도 했다. 오징어게임 찐따남의 상징, 아래 짤방의 '민수'가 구석에서 약에 취해 넋이 반쯤 나간 표정으로 저런 대사를 웅얼거리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그게 우익우파시절 내 모습이다.(그러다 이후 혼자서 경제학 이모저모들을 찾아보고 알아보면서 입장이 좀 바뀌게 되었다.)



오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선과 악이 어우러져 기묘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캐릭터 '진기명기 이명기'의 대사도 의미심장하다.


"씨팔 내가 왜 이런 좆! 같! 은! 곳까지 오게 됐는지 알아? 다 너 같은 새끼들한테 줫! 나게 속아서 그래!"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겜의 민수나 명기는 오늘날 극우니 뭐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X대남 정서의 일면을 보여주는 꽤 의미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맘 같아선 엄마랑 같이 나온 '용식'도 언급하고 싶긴 한데 스포 여지가 커질까봐 일단 여까지만ㅇㅇ)




이런 정서들이 단지 '물질적 결핍'에서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GDP 수치로만 보아도, 상위세대의 가난이 훨씬 더 심했다. 하지만 상위세대들은 물리적 곤궁을 겪었을지언정 정서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았던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반면 오늘의 X대남은 빵이 없어서 배고픈 게 아니라, 정서적 굶주림에 시달렸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어깨를 토닥이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이가 하나도 없는, 믿고 신뢰하고 기댈 수 있는 타자가 존재하지 않는 그러한 정서적 결핍 상태가 인간을 위악적 상태로 끝없이 몰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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