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 - 고양이의 목숨값

정신문화관념

by 박세환

1.

오래전, 한 청년이 길고양이 7마리를 죽여서 법적으로 처벌받게 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던 바 있다. 동물학대죄?


2.

만약 그 청년 손에서 죽지 않았다면, 그 고양이들은 뭘 하고 살았을까? 아마 참새나 비둘기, 생쥐, 바퀴벌레 따위를 잡아먹으며 살았을 것이다. 결국 고양이를 죽인 청년의 행위는, 역설적으로 그 고양이들의 밥이 되었을 새, 쥐, 해충들의 목숨을 구한 것일 수도 있다.(아닌 게 아니라 페북에 이런 식의 이야기를 반쯤 농담 섞어서 던진 이도 있었다.)


3.

차피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연물로써 고양이나 새, 생쥐나 해충들의 목숨값은 다르지 않다.

오늘날 길가에 넘치게 된 고양이들이 주변부 생태계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4.

하지만 인간이 통치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그들의 목숨값'은 동일하게 취급받지 않는다. 참새나 비둘기를 죽였다고 사람이 처벌받는 경우는 없다. 만약 누군가가 바퀴벌레 1억 마리를 '홀로코스트' 하는 데 성공했다면, 그는 지탄을 받기는커녕 영웅으로 대접받았을 것이다.(세스코가 하는 일이 그거다..) 하지만 고양이를 죽인 청년은 법의 처벌을 받았다.


5.

이런 건 미분적분 140% 이성주의 이과적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과, 논리, 이성, 이런 게 아닌 무의식적이고 정서적인 측면의 반영인 것이다. (마이클 샌델이 말했던 미덕, 무의식적이고 비합리적인 감정 감성, 공동체의 정서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다.)


6.

좌파 우파 보수 진보 사회주의 자유주의 공화주의 페미 반페미 피씨 대안우파 산업화 민주화 MZ세대.. 정치사회 논의의장에서 이루어지는 이 모든 싸움의 본질도 사실 그러하다. 애써 '그 싸움들'을 '미분적분 140% 이과 이성주의적 사고'로 바라보고 분석하자믄, 서로 말도 안 되는 생떼질에 논리모순, 내로남불들밖에 남지 않는다. 왜냐면 이과, 이성, 논리가 본질이 아니고 '정서'가 본질이기 때문이다. 서로 구분되는 거대한 정서적 덩어리들의 충돌인 것이다. 마치 멍멍이를 더 선호하는 이들과 미야옹을 더 좋아하는 이들의 충돌 같은 건데 당연히 천년만년을 싸워봐야 거기서 어떤 이과 논리적 결론 같은 게 나올 리가 없다.


7.

공이들에서 귀가 빠지도록 떠들고 있는 이야기인데, 그래서 우리는 정치사회를 논할 때 이과적 논리보단 심리학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각 진영이 보이는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태들을 지적하며 논리적으로 까고 씹고 조롱하는 건 쉬운 일이다. 반면 그들에게 왜 '그런 정서체계'가 형성된 것인지,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심리학적으로 추적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전자의 이과가 아닌 후자의 심리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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