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국을 어디까지 부정할 수 있는가?

우리 자신을 지우지 않고서 중국만 지워내는 게 가능한가?

by 박세환

제도권 역사서에 의하면, 한반도에서 역대 가장 오랫동안 존속되었던 나라는 고조선이다.려 2천 년이 넘도록 존속되었다 하니 사실상 우리 역사의 절반은 고조선시대인 셈이다.(삼국시대조차 전체로 보면 상대적으로 후반대..)

하지만 우리는 '그' 고조선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남아있는 기록이랄 게 딱히 없거든ㅇㅇ 때문에 전체 민족사의 절반을 넘게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역사책에서 고조선 언급은 서장 도입부 한 두 페이지로 끝나며, 사실상 우리는 '후반부 이천 년'만을 상세하게 배우게 되는 것이다.


고조선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조선 역사 극후반부 연나라 유민들에 의해 '중국문자(한자)'가 도입되기 전까지 고조선은 문자를 쓰지 않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문자가 없으니 당연히 기록유산이 남아있을 리 없다. 그나마 있는 고조선에 대한 기록유산들은 타자인 중국인들의 기록이던가, 이를 기반해 후대인들이 유추한 내용 정도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중국인들에 의해 문자를 전달받기 전까지 스스로의 역사조차 기록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고조선 이후 한반도 역대 왕조들은 틈만 나면 자국의 수재들을 중국으로 유학 보냈고, 그렇게 배워온 '선진문물'의 기반 위에서 한민족의 문화가 형성되어 갔다. 사상, 철학, 의식주 문화 전반에서 중국의 영향을 전천후로 받았던 것이다. 애초에 한민족의 의식을 구성하는 전통적 중심축이라는 유 불 선(도교신앙) 모두가 다 '중국산 제품들' 아니던가!


불교는 그 유래가 인도라곤 하지만 우리가 받아들인 불교는 정통 인도의 소승불교가 아닌 중국화 된 대승불교이며, 훗날 조선시대 대학자인 이황이나 이이가 나름 유교사상에 족적을 남겼다곤 하지만 이 역시도 따지고 보면 중국 유학의 전통 위에서 이루어진 과업이다. 공자가 한국인이었다는 괴랄한 음모론을 신봉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해방 이후에 일본을 싫어하던 이들이 많아 일제 36년 잔재를 지운답시고 지금까지 80년간 수많은 난리통들이 있어왔는데(언어교정 프로젝트, 태백산맥 쇠말뚝 뽑기 운동, etc.. 절레절레..) 우리가 중국의 문화적 영향을 받으며 살아온 기간은 짧게 잡아도 이천 년이다. 중국을 싫어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진 오늘날의 우리는 과연 이 이천 년의 영향들을 지워낼 수 있을까? 가능하긴 할까?(당장 삼국지 문화콘텐츠들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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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게 아니라 우리의 역사를 지난 반세기 수준으로 셀프축약하고파 하는 뉴라이트들의 심리 근원엔 우리 자신에게서 '중국'을 지워내고파 하는 그런 정서도 있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가장 분명하고 확실한 방법이긴 하지만 솔직히 현명한 생각이라곤 여겨지지 않는다.


중국의 영향을 부끄러이(?) 여기지만 누구처럼 역사를 셀프절단하는 자해행위는 할 수 없었던 일부 민족주의 사학계에서는 우리 문화의 대부분이 중국의 영향 없이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급진적인 주장들을 내어놓기도 하는데, 이 역시 열패의식으로부터 비롯된 억지 주장들이라 본다.


만약 누군가가 '이천 년 중국 영향력 지우기 프로젝트' 같은 걸 시도한다면, 이는 과거로 돌아가 조상을 죽이니 현재의 내가 지워지더라는 타임루프물의 흔한 클리셰처럼 우리 자신 스스로를 삭제시키는 작업이 되어 버리거나 '공자는 한국인'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인터넷 밈의 단초만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일본이 미워서 고유 무술이라는 태권도를 띄워줬는데 알고 보니 그 태권도도 가라데의 영향으로 범벅이 되어있더라는 정도의 이야기는 아주 그냥 애교로 여겨지는 어떤 상황들을 우후죽순으로 마주하는 거지ㅇㅇ


우익우파 일각에서 열심히 밀어붙이고 있는 반중운동을 바라보며 드는 의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신들은 우리가 중국을 어디까지 부정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중국을 향한 부정의 경계선을 어느 정도로 규정할 것인가? 곰돌이푸와 그의 공산당 수뇌부 정도만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중국인민 전체를 공격할 것인가? 반만년 중국 문명사 전체를 다 표적으로 삼는다면 이는 가능한 일인가? 마라탕은 나쁘지만 짜장면은 가능한가? 혹은 그 반대? '반중 운동'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어디까지 고민들을 해 보았을까?

지금 당신네들이 부정하고 싶어 하는 '중국'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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