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와 캄보디아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캄보디아의 불행한 미래

by 박세환

보통은 반군이 일어나 정부군을 상대로 교전을 벌이며 내전이 벌어지기 마련이지만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다. 정부군이 '먼저' 국내의 적을 지정하고 교전을 시작하며 내전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2010년대 멕시코가 그러했다. 정부군이 산정한 적은 국내에 암약하며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던 마약카르텔 범죄조직들. 바야흐로 '마약과의 전쟁'이었다.(공교롭게도 시기가 시리아내전, 필리핀 두테르테 범죄와의 전쟁과 상당 부분 겹친다..)


그래서 결과는? 국가무력을 일방적으로 독점하던 정부의 군대는 공권력 남용, 고문, 인권탄압등 온가지 악명들만을 남긴 채 판정패를 당하고야 말았다. 물론 지금까지도 마약카르텔에 대한 수사와 소탕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지만 보여주기 수준에 불과하고, 지금까지의 실적을 보건대 사실상 정부군의 패배, 대실패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며, 오늘날까지 멕시코는 카르텔 최순실들이 장막 뒤에서 지배하는 껍데기국가로써 연명하고 있다. (당연히 민주주의 같은 게 정상적으로 작동할 리 없다. 민중의 의지로 반(反) 카르텔 성향 정치인이 선출되어 봐야 '문자 그대로' 드럼통 신세가 될 뿐이다.)



온라인에서 '멕시코 카르텔'을 검색해 보면 어지간한 정규군 뺨따귀 갈기는 엄청난 무장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려 미쿸이 뒤를 봐주었던 멕시코 정부군에 비할바는 아니다. 그럼 국가의 군대가 일게 범죄조직들한테 발리는 이런 참극은 대체 왜 일어난 것일까?


바로 여기서, 필자가 그간 한동안 [정서 : 정신문화관념]을 강조하며 지금까진 다소 소외? 되었던 '물리물질실질'의 중요성이 나온다. 바로 '경제'이다.

'무력'은 군대가 더 강했지만, '경제'가 카르텔의 편이었던 것이다.


...


공교롭게도 한국과 비슷한 시기 IMF사태를 맞았던 멕시코. 한국과 달리 멕시코는 이 위기를 극복해내지 못했고 경제 전체가 그대로 붕괴되어 버리고야 말았는데, 그렇게 초토화되어 버린 경제의 시체조각 틈 사이로 싹튼 신흥산업(?)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마약산업이었다. 범죄적인 마약 밀거래만이 국민이 먹고 살 유일한 통로였던 것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마약 카르텔 범죄조직들은 우리로 치면 삼성, 하이닉스 같은 국가경제의 중심축으로 떠올랐고, 국가 인프라들은 하나하나 그들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된다. 경찰, 검찰, 정치권, 평범한 시민 한 명 한 명까지.


세력을 확장하던 카르텔들은 미쿸에까지 활발한 수출활동(?)을 벌이면서 부정적 영향을 국경 넘어까지 끼치게 되었고, 결국 참다못한 미쿸 정부가 멕시코 정부에 압력을 넣으며 '마약전쟁'이 시작된 것이다.(트럼프를 비롯한 많은 미국인들이 멕시코를 그켬 하게 된 맥락.)


경찰도 검찰도 아닌 군대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건, 그 시점 멕시코에서 카르텔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나마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조직이 군대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지만 멕시코인들의 일상은 이미 직간접적으로 마약경제와 얽혀 있었고, 군대가 총을 겨누었던 건 국가경제의 생존수단 그 자체였다. 군대가 출동해 마약산업을 다 때려 부수고 나면, 멕시코인들은 앞으로 뭘 먹고살아야 하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대는 파괴하는 조직이지 생산하는 조직이 아니다. 경제가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나라에서 그 생산의 부산물을 받아먹고 작동하는 게 군대이지, 군대 그 자체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어쩌면 멕시코군은 처음부터 승산이 없는 싸움을 시작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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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뚱맞게 멕시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캄보디아 때문이다. 훈센 가문과의 범죄조직들간의 유착, 중국계 범죄조직의 개입, 체계화된 범죄 산업과 지역 경제의 엉킨 구조, 하나하나가 멕시코의 궤적과 닮아 있다. 지금의 캄보디아는 범죄경제가 국토를 잠식해 가는 단계이며, 방치된다면 ‘동양의 멕시코’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멕시코가 범죄국가화 되면서 미국 국경 사정이 끊임없이 피곤해졌듯, 캄보디아의 멕시코화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체에 장기적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그러나 점점 더 가까워지는 불행한 미래의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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