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향좌와 우향우. 엇갈린 두 개의 현실 속에서.
1.
계엄-대선 정국 한복판. 민주화세대 교수인 어머니가 사악한 대안우파 아들을 극우 사상에서 구해냈다는 어느 훈훈한(?) 뉴스가 있었더랬다. 여기서 민주화 세대는 고개를 끄덕이며 뿌듯해했겠지만, 젊은 세대의 느낌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그 뉴스는 MBC 사장 아들이 어버이의 민주진보 세뇌에 진절머리 나 집을 뛰쳐나왔다던 또 다른 뉴스와도 어딘가 묘하게 맞물려 있었고, 여기서 따라붙는 '어떤 불편한 감정들'은 조용히 모여 하나의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어 간다.
2.
운전대를 잡고 만나온 손님들 중엔 소위 ‘그 세대’ 아재들이 많다. 요즘 말로 ‘영포티’ 밈의 원형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들으며 세상을 해석하신다는 바로 그분들 말이다.
"거 기사님 나잇대가 좀 어려 보여서 그러는데 막간에 뭐 하나 살짝 물어봅시다."
그들이 간혹 내게 물어보곤 한다. 민주진보가 선이고 우익우파가 악이라는 이과 수학 미분적분 명백한 자연계의 섭리를 너희 세대는 어찌하여 거부할 수가 있느냐는 질문(이라 적고 질책이라 읽는..)이다. 그렇게 대화를 좀 섞다 보면, 정말이지 다른 차원을 살아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젠더갈등 이런 거 진짜 순수하게 0.001도 모르고 있고("윙? 그거 이준스기 금마 그거 혐오주의자 극우 나쁜 놈 그거가 애들 세뇌시키가 그래 된 거 아인교?" "그렇게 살짝 들은 거 같은데 그거 말고는 전혀 모르겠군요..;;") 가장 결정적인 건..
.. 자신들의 막강한 진보 편향성이 누군가에겐 폭압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단 한 톨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 반백이 넘어 머리가 벗겨지고 인덕이 허리를 덮어서도 여전히 자신을 ‘저항하는 약자 투사’라고만 인식할 수 있으신 분들인 것이다.
그런 그들을 보며, ‘대(大) 대안우파의 시대’는 쉽게 끝나지 않으리란 확신이 더욱 굳어져간다.
3.
반대로, 아랫세대의 위악적 반감과 대안우파적 정서는 점점 더 극단적으로 심화되는 중이다. 대안우파 출신으로서 그들의 정서를 누구보다 잘 안다 자부해 왔건만, 이제는 그 격렬함에 슬슬 두려움이 느껴지곤 한다. 진보적 입장을 살짝이라도 내비치는 순간, ‘영포티 쓰레기’로 낙인찍힐 것 같은 그런 두려움 말이다.
물론 여전히 그들 중 1/4 정도는 민주진보에 친화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어느 정도 경험칙이긴 한데, 그나마 민주진보 친화적이라는 그들은 대체로 유복한 가정에서 별 굴곡 없이 자란 무난한 인생들이다. 그냥 상위세대한테 배운 데로 민주진보가 선이고 우익우파가 악이라고 편하게 믿는 이들 말이다. 반면 조금이라도 굴곡진 삶을 살며 치열하게 문제의식을 키워온 이들은 대체로 대안우파 성향을 띤다.
20~30년 전이라면 좌파가 되었을 어떤 정서들이 지금은 대안우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고, 그렇게 세상은 한 세대만에 180도로 뒤집혀 흘러가는 중이다.
4.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30세를 넘기면 이 우경화 에너지의 일부는 조금 완화되거나, 미세한 좌향을 보이기 시작한다는 조사들이 있다. 사회에 진입하며 자본주의의 "참맛"을 본 이들이 좌파경제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는데, 이 암울한 대안우파의 시대에 좌파경제를 붙잡고 있는 나와 같은 입장에선 그나마 희망적인 현상이라 하겠다.
(참고로 반페미의 기치를 처음으로 내걸었던 '그때 그 시절 이대남들'은 이제 다 삼대남이지 더 이상 이대남이 아니다.)
5.
이재명 정권이 여성가족부 간판 내리고 일부 이대남 친화적? 워딩을 보여줬다고 한동안 칭찬했었고 실제로 그 이후 젊은 남성층 정치지향에 약간의 변동이 발생했다는 조사도 일부 뒤따르긴 했지만, 본질적인 큰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여전히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당연하지, 그간 당하고 쌓인 게 얼마인데 고작 간판갈이 하나와 "여전히 여성이 절대적인 약자 피해자님이시지만 저기 저 한남 똥냄저 새끼들도 0.00000000001만큼은 힘든 게 있지 않을까요?^^;;" 이런 식의 어정쩡한 몸짓 정도로 극복이 되겠느냔 말이다.
이 거대한 '대안우파적 기류'를 완전히 뒤집기 위해선, 보다 본질적이고 매운맛의 무언가가 더 있어주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