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선택지와 끔찍한 선택지
기본소득(궁극적으로 음의 소득세)과 같은 현금 복지에 대해서 무임승차, 공짜, 도둑질, 강탈, 호혜성 파괴와 같은 명분으로 반대를 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사실 부적절한 비판이다.
누차, 정말 수차례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애초에 당신이 100% 순수 자유시장을 포기하고 '공공의 영역'을 긍정한 시점에서 '호혜성 파괴와 무임승차'는 발생해 버린다. 현금 복지는 그저 세금이라고 하는 '호혜성 파괴행위'의 결실로 천만 원의 공공기금이 축적되었을 때, 그 천만 원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의 문제일 뿐이다.
만약 그 천만 원을 현금 복지가 아닌, 국가 프로젝트로 활용하여 수혜대상에게 '완성된 형태'의 재화와 서비스로 전달하였다면 그건 무임승차나 호혜성 파괴가 아니라 할 것인가? 쓸모도 없는 엉터리 시설물들이나 잔뜩 건설해놓고 배를 불리는 관련 공직자들과 연계 자본가들은 무임승차의 수혜자가 아니라 말할 것인가?
때문에 진정 호혜성 파괴, 무임승차가 싫다면 그냥 자유시장에 머물러야만 하는 것이다. 공공의 영역 확대 건, 현금 복지이건, 애초에 공공자금(세금)의 활용은 무임승차와 호혜성 파괴 딜레마를 완전히 비켜갈 수가 없다.(물론 세금을 줄이면 그 정도는 감소된다. 그래서 시장 쟁이들이 밤낮없이 감세를 주장하는 것이다.)
...
학계에서는 당연시되지만 일반 대중들에겐 상대적으로 생소한 개념인데, 사실 기본소득(음소세)류의 현금 복지는 정통 좌파가 아닌 재분배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탄생한 아이디어이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 세계에서 현금 복지는 무척 시장주의적인, 우파적인 복지 방법론으로 통한다. 간단하게, 수혜자로 하여금 자신의 '복지'를 직접 시장에서 선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유주의 경제학에선 정부 주도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다. 천만 원의 공공자금이 모였다면, 그걸 어떤 정부 프로젝트로 활용하려 하지 말고 그냥 N빵 해서 뿌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일반 대중들 사이에선 이 현금 복지가 가장 사회주의적인 정책으로 통용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평소 땐 정부 주도 사업의 비효율성을 그토록 비난하던 이들이 현금 복지 이야기만 나오면 정부 프로젝트 효율성의 신봉자가 되어 "정부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를 거친 완성된 재화와 서비스가 대상자에게 전달되어야지 절대로 그냥 현금인 상태로 전달되어선 안돼!"라고 외치곤 하는데 자유주의 경제학의 수괴(?????)즘 여겨지는 밀턴 프리드먼 교수(음의 소득세 고안자)가 보면 환장을 할 일인 것이다.
간단하게, 현금 복지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재분배'라는 대의를 완전히 부정하진 못한 가운데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려는 과정에서 탄생한 결과물이었다는 것.
물론 현금 복지를 지향한다고 해서 프리드먼과 같은 자유주의 경제학과 좌파 경제가 아예 충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유주의자들은 자금의 규모를 천만 원에서 오백만 원으로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며 좌파들은 반대로 천만 원에서 천오백만 원으로 늘릴 것을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는 어디까지나 분배에 활용되는 자금의 규모에 대한 이견인 것이지 방법론에 대한 이견은 아니라는 것.(추가로 현금복지 전환을 위해 다른 복지를 폐지하는 강도를 두고도 충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