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 속에서의 기술발전은 정말 실업과 무관할까?
쿨타임 찼으니 또 자유시장을 비판하도록 하겠다.
세습의 가능성을 금지하며, 타인과의 거래 성립을 ‘성과’로 가정할 경우, 완전 자유시장 속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이가 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당신이 "여유 넘치는 이들의 자비로운 자선으로 모든 빈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믿는 낙관론자가 아니라면)
완전자유시장 속에서 개개인은 어떤 방식으로 건 무언가를 타인에게 ‘팔아야만’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 노동자는 고용주에게 자신의 ‘노동력’을 파는 것이 된다. 이게 안 되면 말 그대로 몸이라도 팔아야만 한다.
문제는 기술이 자꾸만 발전하면서 생긴다. 향상된 기술로 인해 이제 100이라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은 더 이상 100명이 아니게 된다. 이러한 현실은 AI의 발전으로 인한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세계 각지에서 ‘(이미 백골이 진토 된 줄로만 알았던) 사회주의’라는 유물을 제법 진지하게 고려해보도록 만들었다.
무언가를 타인에게 제공해야만 먹고살 수 있는데
대부분의 상황에서 기계가 더 유능해 이젠 나의 능력 정도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질 않는다!
물론 이 대목에서 자유주의자들이 척추 반사로 내어놓는 반응이 있다.
“당신이 말한 ‘실업으로 인한 인류 종말론’은 이미 마르크스 시절에 다 나왔던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로부터 150년이 지난 지금, 인류가 실업 과다로 멸망했는가?”
“기계로 대체되는 하급 일자리(인력거꾼, 지게꾼, 대변 처리꾼, etc)들은 소멸되겠지! 그렇지만 그만큼 이전엔 없었던 고급 직종(실내 인테리어 기사, 심리상담사, 게임 프로그래머, etc)이 발생하여 대중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해오지 않았던가!”
나는 이러한 반응을 거짓말 조금 보태서 오조오억 번 정도 접해봤고 이젠 외울 정도가 된 것 같다.
여기서 자유주의자들이 애써 말하려 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사라지는 직종은 상대적으로 저급 기술 직종이다.
생겨나는 직종은 상대적으로 고급 기술 직종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한 명의 사람이 시장 속에서 ‘성과인’이 되기 위해 요구되는 스펙의 장벽은 끝없이 올라가는 것이다.
농경사회에는 문맹자도 한 명의 성과인이 될 수 있었다.
산업사회 초기엔 초등학교까지는 나와야 했는데
산업사회 후기엔 대학 졸업장이 필요해지고
이젠 알량한 대학 졸업장 따위론 택도 없어서 토익에 토플에 자격증에 해외연수까지 요구되게 되었다.(신입사원을 뽑는데 ‘2년 경력’을 요구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은 덤!)
이런 도식으로 보건대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 공사판 막노동꾼이 되기 위해 박사학위를 요구받는 상황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물론 그때의 막노동꾼은 지금의 막노동꾼과는 상당히 다른 개념이 될 것이다. 복잡한 건설기계 수십 대를 조종하는 고 오오오 급 기술자이겠지.)
이 스펙의 기준을 충족시키려 하다 보니 노동계층의 자녀가 사회의 성과인으로 진입하는 시점도 계속해서 늦어진다. 10살, 15살, 20살, 이젠 기본 30살.
…
혹자는 이리 말하기도 한다.
“30살까지 하기 싫은 스펙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30살까지 하기 싫은 노동을 하고 있어야만 했을 것이다. 어차피 공부건 노동이건 하기 싫은 건 매 한 가지인데 30살까지, 혹은 40살까지 공부만 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 한들 그것이 왜 문제로 여겨져야만 하는가?!”
문제가 되지!
문제가 되지 웨.않.되?
자, 자녀가 30살이 되도록 취업을 못해서 계속 학업에 매진해야만 한다면, 완전자유시장 사회에서 그 교육비용은 누가대나? 부모가! 그 비용은 적은가? 많지!
저 기술 사회에는 자녀가 10살만 되면 학교 때려치우고 논밭에 나가 가계소득에 기여할 수 있으니 아이를 많이 가질 수 있었지. 다섯 명 열명씩. 그러나 고급 기술 사회에선 그것이 불가능하다. 고로 기술이 발전한 사회일수록, 또 그 속도가 빠른 사회일수록 노동계급 부부가 가지는 자녀의 수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혹자는 또다시 볼맨 소리로 “오늘날의 스펙 경쟁이 반드시 기술발전의 폐단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저 직장의 절대수가 줄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진 것뿐이다.”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이런 식의 반박을 환영한다.
이런 식의 반발은 자유시장과 기술발전의 결합을 더욱 위험해 보이도록 기여할 뿐이니까.
…
이 상황에서 가장 바보 같은 사람들은 체제가 아닌 ‘기술’에 책임을 묻는다. 그래, 러다이트 운동. “노동자의 실업을 유발하는 기계를 파괴하자~~”
그리고 마르크스는 이런 식의 러다이트 운동을 그켬 했다.
“아니 왜 애꿎은 기계한테 화풀이를 해?”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