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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이념 용어의 모호함 2

정치이념 용어 의미 왜곡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by 박세환

이전 글 : https://brunch.co.kr/@pmsehwan/3


우리가 “페미니즘은 남성차별 사상이다!”라고 말할 때마다 페미니스트들로부터 나오는 반응(“사전적으로 어떤 페미니즘이 남성을 박대하고 차별하라고 주장하던가요? 구체적으로 말씀하시고 그것을 위해 공부하세요!”)이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엔 명확한 이유가 있다.


만약 페미니즘이라는 워딩이 대중사회 속에서 ‘그런 의미(남성차별, 남성 혐오)’로 소비되는 것이 불편한 페미니스트가 있다면, 그가 마땅히 취했어야만 하는 태도는 페미니즘의 사전적 의미를 왜곡시키고 있는 ‘동료’ 페미니스트들의 뚝배기를 깨부수고 다니는 것이었을 것이다.


구술한 바 있지만, 많은 경우 대중들은 특정 정치 사조의 의미를 원론적이고 사전적 의미보단 그 사조를 추구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말과 행위로부터 익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특정 사조의 의미가 대중사회 속에서 왜곡 소비되는 현상을 막고자 한다면, 그 스스로 사조를 추구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다른 말과 행위를 보임으로써 그것의 의미를 변질시키는 행태가 나와선 안된다.


그러나 다들 잘 알다시피, 페미니스트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왜곡 실천자들’도 소중한 친구이고 동료들이라는 이유로, 한 사람 분의 지지가 아쉽다는 이유로 그들을 애써 제제하거나 손절하려 하지 않았다. 단어의 의미는 그렇게 왜곡된다. 그걸 왜 대중 탓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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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이 바로, 내가 “용어 사용을 엄밀히 하라.”라고 훈계하는 이들을 그다지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주의, 좌파라는 단어의 의미가 왜곡 소비되는 현상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좌파가 있다면, 그 좌파가 마땅히 취해야 할 포지션은 대중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조를 열~쓈이 왜곡 실천하는 중인 옆자리의 소중한 친구, 동지들을 '두들겨 패는' 것이다! 사회주의의 모든 잘못된 실천 형태들에 대해서 철~저하게 손절 치고 선을 긋는 것이다. 물론 ‘약자의 연대’에 목숨 거는 ‘좌파들’은 절~ 대로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럼 욕을 바가지고 퍼먹어도 할 말 없는 것이다. 소련, 중공, 북한, 피씨충, 똥 페미까지, ‘좌파’라는 이름에 늘 달라붙는 모~~ 든 종류의 멍에들을 기꺼이 감내하고 수긍해 주어야 한다는 거다. 그거 다 여러분 친구들이고 동료들이다. 그러니 체리피킹 하지 마라. 취사선택하려 하지 마라.


너무나 당연하게 우파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부 우파들은 우파가 자유시장이 아닌 국가주의, 보수주의라는 의미로 활용되는 현상에 불만을 표한다. 그러나 세간에서 ‘우파’라는 용어는 전체주의, 국가주의적인 의미로 훨씬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현 추세를 보면, 오히려 ‘자유시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향이 더 줄어드는 추세다. 왜? 대안 우파 현상 때문에 ㅋ(명백한 시장주의자인 마크롱은 선거 당시 우파라는 명칭보단 중도라는 명칭을 더 선호했었다. 지금 우파라는 개념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은 명백하게 국가주의 축이 아니라 자유시장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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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광화문 광장에 죽치고 앉아 목청이 터져라고 “박통 만세. 빨갱이 척살.”을 부르짖던 자칭 ‘애국우파’들을 떠올려보라. 스스로 우파로 불리길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행렬을 보라.

그러면 ‘우파’라는 단어가 ‘반 자유적인 국가주의’를 의미하는 것을 거부하는 이들이, 폭탄을 던져야 할 곳은 어디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자, 스스로를 우파라 칭하기 주저하지 않는 스킨헤드 가죽바지 횽아들에게 찾아가서 회심의 죽빵을 날리고 올 용기가 있는가?



특정 용어에 있어 “그것은 더 이상 XX를 의미해선 안 됩니다.”라고 애써 주장하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의 바로 옆에서 그 용어를 그런 식으로 왜곡 실천하느라 여념 없는 ‘덜떨어진 동지들’이 실존했음을 깔끔하게 인정부터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신의 소중한 이들에게 기꺼이 칼을 들이밀고 날카로운 창으로 그들의 심장을 관통시켜라.

당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기꺼이 공격하라.

좌파의 이름으로 좌파를 불태우고

우파의 이름으로 우파를 처단하라.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럴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면, 용어의 올바름보단 인간적인 유대와 정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면, 유감이다.

당신은 대중의 용어 왜곡을 비난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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