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논리의 차원 도약

논리의 차원관문

by 박세환

어떻게 들리는 진 모르겠으나, 필자는 나름 음모론 마니아이다.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를 다루는 문학적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는 이야기들을 정말 좋아한다. 단순히 흥미로워하는 것을 너머서 '음모론'이라는 개념이 가지는, 주류 담론에 대한 저항정신 역시 의미 있다고 본다. "기존 주류로부터 제공되는 정보를 항상 의심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사회를 논하는 진지한 장에서 일부 음모론을 꺼내 들며 설파하는 이들에 대해선 상당한 거부감을 가진다.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세상 모든 일에는 반드시 허점 내지 비리가 있기 마련인데 많은 음모론들이 바로 그 '허점'으로부터 출발한다.


1. XX사건에 있어서 XX부분에 대한 정부의 규명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그 부분에 무언가 떳떳지 못한 무언가가 있으니까 그렇겠지.) 이 부분에 대해 담당 공무원에게 문의해 보았으나 답변을 회피했다.

2. 이것이 바로 그림자 세력 OO가 처음부터 이 사건에 뒤에서 조작, 조종해 왔다는 증거이다! (천안함-이스라엘 잠수정, 518-부카니스탄 600 특공부대)


논리의 차원 도약. 많은 음모론들이 이러한 도식을 가지고 있다. 무언가 비리가 있고, 실수가 있는 모든 구멍들을 통해서 '장막 뒤의 암흑 세력 XX의 존재'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당신은 이게 의심스럽지 않으십니까?"

마치 프로토스의 차원 이동을 보는 듯한데 문제는 "그렇지 않다."라고 할 만한 근거도 없으니까 이것을 완전히 부정할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 사회를 논하는 장에서 이런 음모론은 그냥 흥밋거리 정도로만 접근해야지 너무 깊게 파고들면 서로가 피곤해 지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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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제를 거부하고 끝없이 이런 음모론을 들고 나와 서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이들은 보통 특정 정치적 목적을 가진 이들이 많다. 상대 진영의 약점이 될 만한 음모론을 들고 나와 그 특유의 '규명 불가능 지점'을 끝없이 건들며 상대 진영에 대한 이미지 악화를 유발하는 것이다.


모든 대립하는 정치그룹들은 각자 자기 진영에 불리한 만한 음모론과 유리할 법한 음모론을 가지는데, 정치사회의 장에서 끝없이 음모론을 늘어놓는 이들치고 양쪽의 음모론을 모두 들고 나오는 경우가 없다. 반드시 한쪽 진영에게 유리할 법한 음모론만을 끝없이 들고 나온다.(그래서 필자가 "냉혹한 규명 욕구가 오직 한쪽으로만 작동하는 작자들!"이라고 까는 것이다.)


결국 반대 그룹에선 이에 맞서기 위해 "그럼 이런 음모론은 어떻게 생각하냐?" 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음모론을 들고 나오게 된다. 서로 규명 불가능 지점을 끝없이 늘어놓으며 개싸움을 벌이고 결국 댓망진창이 펼쳐진다.

때문에 음모론적 사고는 각자 마음속에 간직하시고 어지간하면 진지한 정치 사회 논의의 장까지 끌고 나오진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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