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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y 01. 2020

노동자, 그리고 노예2

순수한 시장원리만으로 양질의 일자리 대량 보급이 이루어졌는가?

초기 평등한 자영농 중심 국가였던 로마 공화정은 주변국들과의 지속적인 전쟁 속에 끝없이 팽창하여 무수한 지중해 식민지들을 거느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땅부자가 된 소수의 로마 시민&귀족들은 자신들이 새롭게 얻은 식 점령지에서 새롭게 얻은 토착민 노오예 들을 활용해 값싼 농작물을 무더기로 생산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이탈리아의 토착 자영농들의 경쟁력을 악화시킨다. 


한때 경제적으로 비교적 평등했던(라이벌 카르타고를 물리칠 수 있었던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식민지를 통해 거대 지주화 된 극소수의 부유층과 몰락 자영농들로 나뉘게 되었으며, 이 몰락 자영농 중 다수가 노오예화 되었음 역시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또한 오늘날의 좌우파를 연상시키는, 빈부격차에 기반한 매우 익숙한 형태의 정치 대립이 발생한다. 크라수스 형제 같은…. 결국 시저의 출현으로 전혀 다른 정체가 된다.)


산업혁명 시절에도 비슷한 현상이 존재했다. 산업혁명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많은 유럽 국가들은 드넓은 해외 식민지들을 확보했고 그 식민지들에서 노 오예 노동에 의한 값싼 농작물들이 생산되자 유럽 본토의 많은 자영농들은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들은 노예가 되듯이 노동자가 되어 자본가들에게 헐값으로 팔려나갈 수밖에 없었다. 고대 로마제국 수준으로 퇴보한, 참담한 평균수명은 바로 이 과정의 결실이었을 뿐.



믈론 그래도 19C의 노동자가 전근대사회의 노예보단 훠얼씬 진보된 형태의 직업(??)이었음에 대해선 마르크스도 명백하게 인정하고 들어가는 부분이다. 계약의 자유로움 때문에. 하지만 이미 고대 로마제국 시절의 평균수명에 불구한 처참한 근로환경이 있는데 제도적으로 전근대 노예와 어찌어찌 다음을 논한다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이야기 아닐는지….


어떤 시장 쟁이는 당시 노동계급의 처참한 평균수명에 대해 "잘못된 방식으로 증류된 싸구려 술 때문이었을 뿐"이라고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하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싸구려 술을 보급한 것, 더 나아가 노동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고된 삶을 그런 싸구려 술에나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은 시장이 아니었던가?   


자영농 + 몰락 = 노예, 농노 

자영업 + 몰락 = 노동자  

자기 스스로의 생산수단을 가지지 못해 타인에게 자신의 노동력을 팔고 타인의 지시를 받으며 연명해야 하는 자들.


+혹자는 일부 엄청나게 잘 사는 노동자들도 있음을 운운하며 불쾌함을 표출하겠지. 근데 전근대 사회 노오예들 중에도 잘 나가는 대감님의 최측근 노오예들은 앵간한 자유민보다 잘 살았다. 그들 스스로 그것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했고.(ex: 높은 대감댁 가정교사 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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