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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pr 30. 2020

노동자, 그리고 노예1

순수한 시장원리만으로 양질의 일자리 대량 보급이 이루어졌는가?

일전에 언급했던 노동자와 노예 이야기인데 중요한 주제라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 볼까 한다. 


"시장경제 속에서 기술발전은 필연적으로 인간 노동력의 가치를 갉아먹어 노동계층의 빈곤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라는 주장에 반박할 때 자유시장 쟁이들이 자주 언급하는 대상이 산업혁명의 초기의 노동자들이다. 


"산업혁명으로 '산업자본가'라는 새로운 계층이 등장함과 함께 다수의 '공장 노동자'라는 일자리 역시 보급되었고, 많은 이들이 노동자로써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시장경제와 기술발전의 결합은 사회 하층계급에게도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정말? 

정말 산업혁명 초기 백성들은 전근대식 농민으로 살아가다가 산업혁명이 빵~하고 터지고 공장 노동자라는 '양질의' 일자리가 보급되자 기쁜 마음으로 노동자 되기를 받아들였던 것일까??


당시의 평균수명을 보면 무척 흥미로운 점이 나타난다. 간단하게, 더 발전된(?) 직업형태였다는 도시 노동자의 평균수명(10대 중후반)이 여전히 전근대적 수준에 머물러 있던 농촌 농민들의 평균수명(30~40대)보다도 더 떨어진다. 그것도 현저하게!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더 진일보된 직업형태라 하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전근대의 직업형태였던 농촌 농민의 근로조건 보다도 훨씬 못했다는 것.


자, 정상적인 시장원리 하에서 사람은 나쁜 근로조건에서 좋은 근로조건으로 가려하지 좋은 근로조건에서 나쁜 근로조건으로 가려하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19C초의 유럽 백성들은 농민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노동자'라는 새로운 형태의 직업군이 등장함에 시장경제와 기술발전의 경이로운 축복에 감사하며 기쁘게 새로운 직업으로 옮겨갔다는 시장 쟁이들의 서사를 과연 바람직하다 말할 수 있는가? 설득력이 있는가? 


이 현상에 대한 이해를 위해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전근대 사회 백성들의 가장 흔한 직업형태는 자영농이다. 그러다가 한 번씩 가뭄이 들면 무수히 많은 자영농이 몰락하여 떠돌이 신세가 되곤 하는데, 이때 지주 귀족 대감님들은 이 몰락한 떠돌이들을 대거 노 오예, 농노, 소작농 등으로 수용(???)하게 된다. (로마제국, 중국의 왕조 등 동서고금의 모든 역사에서 빈번히 반복되는 상황들이다.)

자, 이것을 당신이 배운 역사책 속에선 "지주 대감님들의 은총으로 많은 몰락 자영농들은 '노예'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어 새로운 삶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라는 어감으로 표현하던가??


결론은 간단하다! 산업혁명 초기의 노동자들은 자영농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었는데 노동자라는 새로운 직업 형태가 너무 좋아서 기꺼이 노동자 됨을 찾아 나선 이들이 아니라, 공장 노동이라도 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었던 불행한 몰락 자영농들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산업혁명 이전이었으면 빼박 노오예나 농노, 소작농이 되었어야 하는 이들이었는데(아니면 전쟁터의 용병) 산업혁명이라는 독특한 계기를 통해 노오예나 농노가 아닌 노동자가 되었을 뿐인 것이다!


그럼 그 시대에는 왜 그렇게 많은 몰락 자영농이 존재했던 것일까? 우리는 로마제국의 팽창 과정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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