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자유시장 3

일단 제대로 알고 까자

by 박세환

지난 파트에서 언급한 '자유 재산의 정당성'이란 부분은 특별히 중요함에 조금 더 이야기해 볼까 한다.


순수 자유시장에서의 사유재산권은 분명 신성한 것이지만 그 사유재산의 모든 축척 과정이 정당하다 판단될 때에만 그러하다. 이를테면 범죄로 인한 재산 축척은 물론이거니와, 자유시장의 입장에서 정당하다 여겨지지 않는 잘못된 체제나 방식에 의해(사회주의, 계획경제, 전쟁을 통한 약탈, 부당한 식민 착취 etc) 축척된 사유재산의 정당성은 인정되지 아니한다.


문제는 이 도식이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끝없이 퍼진다는 것에 있다.

간단하게, 정말 순수한 자유시장이었으면 굶어 죽었어야 마땅한 사람인데 나쁜 체제 내지 나쁜 방식에 의해(사회주의, 국가 복지, etc..) 살아남아 재산을 모으는 데 성공한 이들이 있고, 또 그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 형성되어 그들을 상대로 열심히 재산을 축척한 이가 있다면 그의 사유재산 정당성은 인정될 수 있는가?


이게 굉장히 모호한 지점이긴 한데, 많은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여기에도 부정적 입장을 취한다. 정말 순수하고 정당(?)한 자유지상주의 사회였으면 굶어 죽었어야 하는 이들이 살아남아 수요와 공급곡선을 왜곡시키고(가격의 왜곡 발생), 이 왜곡된 세상에서 왜곡된 가격을 통해 재산을 축척한 이들 역시 잘못되고 오염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도식 하에선 시작 지점이 완벽하게 정당하지 못했다면 그 이후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이 다 부당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아무리 열심히 일 했다 하더라도 부칸이나 중공, 소련 체제같이 (자유시장의 입장에서)

잘못된 세상 속에서 재산을 모은 이들의 정당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기본 바탕 사회 자체가 부당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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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하지만 이 부분이 바로 순수 자유시장의 가장 거대한 맹점이기도 하다. 막말로 그들이 요구하는 그런 '자유시장적으로' 완벽 무결한 스타팅이라는 게 세상에 대체 어디 있나?

역사를 보면 알겠지만 무수한 전쟁과 착취, 수탈, 공산주의 등이 있어왔고 오늘날 전 세계 모든 이들의 재산 분배 구도는 그것들의 알게 모르게 그것들의 영향을 받으며 이루어져 있다. 이를테면 이백 년 전 제국주의 착취를 일삼던 많은 서방국가들은 그때 생긴 우위를 기반하여 여전히 경제강국으로 군림하고 있는데 이 구도, 이러한 경제적 격차는 과연 자유지상주의의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가?(feat. 우X토)


정말 자유지상주의적으로 완벽한 사유재산 배분이 일어나려면 필연적으로 전 세계의 재산 배분 상태를 모두 리셋하여 모두가 완벽히 똑같은 상태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심히 초좌파 공산주의스러운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부분이 너무 에러라 자유지상주의를 포기해버리는 치들도 더러 있었다….)


여하튼, 정말 순수 자유지상주의의 눈으로 보자면 현실 세계의 사유재산들 중 정말로 정당한 사유재산이란 사실상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다.(애초부터 정부의 계획경제로 출발한 한국의 사유재산 배분 상황이야 말할 것도 없고)


+혹자는 이런 자유지상주의자들의 고뇌가 한심하다고 여길 지도 모르겠으나 이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만약 체제의 정당성과 사회의 건전함을 고려치 않을 체 모든 사유재산 축척을 정당하다고 말해 버린다면 러시아 노멘클라투라 내지 중국의 친 공산당 자본,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 자본들과 이들과 연계된 무수히 많은 산업종사자들의 재산 축척 역시 정당해질 수밖에 없으니까.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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