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돈을 낭비하자?

케인스주의

by 박세환

오랫동안 경제문제는 '재화 서비스 총량의 문제'인 것으로 여겨졌다. 이를테면, 전근대 농경사회에서 가뭄이 들면 다들 가난해졌는데 이는 전체 사회의 재화 서비스의 총량이 감소하였기 때문이다.(농작물 수확량의 현저한 감소) 그리고 이 도식은 산업사회에 접어들어서도 어느 정도 통용되었다.

"우리는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 하여 전체 사회 재화 서비스의 총량을 늘려야만 한다!"


20C 들어서 일어난 일련의 경제위기들은 이러한 관념에 의문을 불러왔다. 산업기술의 발달로 인한 재화 서비스 생산의 폭증은 풍요사회가 아닌 대공황으로 이어졌고, 창고 주인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창고에 가득 찬 음식물들을 불태우는 동안 도시의 빈민들은 굶어 죽어갔다.

한쪽에선 음식물 더미를 폐기 처분하고 옆에선 굶주리며 이를 지켜보는 현실.


많은 사람들이 질문하기 시작한다.

"경제는 여전히, 아직도 '성장'의 문제인가?!"

"이건 더 이상 '성장'의 문제가 아니다! '분배'의 문제이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경제학자가 바로 '존 메이너드 케인스'이다.


...


거시경제학의 창시자 케인즈의 사상을 지면 한 바닥으로 다 논할 수는 없으니 여기선 최대한 간략하게만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케인즈의 사상은 간단하다. "(정부가) 돈을 마구 낭비해야 한다."


더 이상 문제는 "열심히 땀 흘려"가 아니게 된다. 우리는 이미 충분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할 만큼의 여력이 안된다는 것에서 나온다. 간단하게, '유효수요'가 부족하다고ㅇㅇ.


20200228_071942.jpg 1920년대 서방세계를 강타한 '대공황'은, "모든 경제문제는 '성장'의 문제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때문에 케인즈는 정부는 사람들을 고용하고 그들에게 월급을 '뿌리기'위해 일부러 쓸데없는 일들을 마구 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인즈의 말을 빌리자면, 정부는 "유리병을 땅에 묻고 다시 파내는" 따위의 아무짝에 쓸모없는 일들을 벌려서 빈민들에게 마구 돈을 뿌려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사람들을 대거 고용하여 진행한 어떤 프로젝트가 생각 외로 큰 효능을 발생시킬지도 모른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외적인 부분이다. 케인즈는 애초에 정부가 하는 일이 큰 효용을 낼 것이라 기대하고 그런 주장을 했던 것이 아니니까. 케인즈에겐 그저 충분한 유효수요를 창출할 만큼 국민들에게 돈을 뿌릴 어떤 명분이 필요했을 뿐이다.


...


당신이 이 생각에 찬성을 하건 반대를 하건 케인즈의 사상은 경제학계에 혁명적인 영향을 끼쳤고, 케인즈 이후의 세계 각국의 경제는 케인즈의 인식을 기반으로 운영되었다고 보면 된다.(물론 하이에크가 나오고 나서 어느 정도 조정을 거치지만.)


오늘날 케인즈 사상에 대한 보편적인 평은 고도로 발달한 산업사회의 경제문제에 대해 '(성장이 아닌) 분배의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을 만들어냈다는 것. 대공황을 극복하데 있어 사상적 도움을 주었다는 것. 그러나 과도한 정부지출을 긍정하면서 방만한 재정운영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 정도가 되겠다.



+생각 외로 케인즈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케인즈 모르면 현대 경제문제는 아예, 아예 논할 수도 없습니다. 이 사람에 찬성하건 반대하건 다 케인즈 문제이기 때문에..
"소비를 해야 나라가 산다."이게 전형적인 케인즈식 사고. 어찌 보면 복지국가의 아버지라고도 할 수 있을 듯?


20200228_071854.jpg 존 메이너드 케인즈(1883-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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