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이가 보여준 것은 지성? 용기?
내 글을 읽는 이들이라면 종종 언급되는 ‘좌파 철학하는 친구’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번에도 그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가 주제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지동설이라는 엄청난 과학적 성찰을 이루어 낸 천재적인 천문학자”정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친구’의 말에 의하면 그것은 갈릴레이에 대한 바람직한 평가가 아니라고 한다. 이 친구 말대로라면 갈릴레이의 '실제'는 우리가 원래 알고 있던 것보다 못할 수도, 나을 수도 있다. 판단은 각자의 몫.
철학 덕후 친구曰, 갈릴레이의 시대쯤 되면 천동설이 엉터리라는 인식이 먹물들 사이에선 암암리에 널리 퍼져있었다고 한다. 갈릴레이가 무슨 특별한 천재여서 아무도 모르던 진리를 발견해낸 것은 아니란 의미.
문제는, 다들 마음속으로는 지동설이 맞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걸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순간 뚝배기와 작별해야 되니까 차마 말하지 못하고 살았다는 거.
마치 지금 먹물들 세계에서
모두가 페미 피씨들의 문제를 알지만
누구도 페미 피씨들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으려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
그런데 성격이 좀 특이했는지 원래 반골기질이 넘쳤는지, 갈릴레이라는 놈 하나가 절대 입 밖으로 꺼내선 안 되는 볼드모트 소리를 대놓고 질러버린 거지.
"야! 솔까말 천동설 이거 완전 X소리 아냐? 왜 X소리를 X소리라고 말하면 안 되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 뒤에 일어난 과정은 다들 아는 바. "님 지금 바로 예수님 만나실래요?" "스미마셍ㅠㅠ(하지만 그래도 지구는 돈다…!)"
모두가 아는 그 '엔딩'대로라면 마치 마지막에 변절(?)을 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견고하던 금기에 처음으로 생체기를 내놨다는 것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 제법 튼튼해 보였던 둑은 갈릴레이에 의해 생긴 금이 커지고 벌어지면서 결국 얼마 못가 무너져 내리고야 말았던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갈릴레이가 당대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했던 어떤 것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것은 '특별한 지성'이라기보단 '특별한 용기'라 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모두가 알지 못했던 것을 밝혀낸 것이 아니라
아무도 말할 수 없었던 것을 공론화(?)시킨 것이다.
자, 당신은 '이 갈릴레이'를 어떻게 보는가?
…
늘 하는 말이지만, 대상에 대한 성역화와 악마화는 그 대상에 대해 이루어질 수 있었던 모든 추가적인 논의를 차단시켜버린다.
일전 파시즘 이야기가 나왔을 땐 "깜딱이야!" 하고 내려버리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궁극적으로는 그런 것들도 다 꺼내놓고 옳고 그름을 따져볼 수 있는 세상이 되는 게 맞다고 본다. 북한 체제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
기성 자유민주 체제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그 이외의 정치를 상상해 볼 수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어떤 대상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꺼내놓고 다각도로, 심층적으로 논해본 다음에 옳고 그름을 결정짓는 것과 애초에 정답을 정해놓고 말 자체를 꺼낼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분명 다른 것이다.
좀 예전 글의 이야기지만, 아직 이념적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특정 옳음과 그름을 피 암시성으로 주입시키는 행태를 경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초등학생이 전두환 비판글을 써서 상을 받았다는 식의 이야기가 유쾌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 초등학생이 정치이념을 이해하고 전두환을 비판했을까? 아님 엄마가 불려주는 대로 적었을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NL종북들의 북한 숭배 심리 기원은 군부독재에 의한 일방적인 북한 악마화였다고 한다. 악마니까 건들지 말라 그러고 아무런 이야기도 안 해주다 보니 묘하게 신비감이 드는데(공포영화에서 마을 노인들이 "절대 하지 마라!"라고 하면 괜히 한번 해 보고 싶은 그런 심리.) 그것이 정부에 대한 사춘기적 반항심과 섞이고 나니까 이상한 종교적 숭배 의식으로 변질된거지.
군부정권 시절의 일방적 북한 악마화와 NL식 종북 의식은 사실 같은 동전의 양면이며 병든 사고의 전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