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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r 26. 2020

가혹함에 대한 예찬

"허리띠 졸라매고 더욱 열심히!"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한국 우파들의 경제적 이상을 단순히 '자유시장'이라 칭하기엔 무리가 많다. 자유시장의 원리에 위배되는 무능 기업에 대한 구제금융이나 박정희식 계획경제, 대기업 오너에 대한 약한 처벌 등을 지지하는 이들이 많으니까.


각 경제사안마다 보이는 이들의 태도에 있어 그나마 일관적인 틀을 찾자면, 자유시장이 아니라 차라리 '가혹함에 대한 예찬'이라고 하는 것이 더 잘 맞을 것이다. 

간단하게, 노동계층 사람들에게 너무 잘해주면 안 된다는 것. 너무 많이 퍼주지 말자는 것. 노동자들이 더욱 허리띠 졸라매고 하루 12시간씩 주말도 없이 가혹하게 일 해야 경제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 복지를 많이 하면 사람들이 나태해질 것이라는 믿음.


더 나아가 세상은 어느 정도 냉혹, 가혹해야지만 돌아갈 수 있는 법인데 철없고 세상 물정 보르는 배부는 진보 귀족 놈들이 그걸 모른다는 관점까지.("가난하고 불쌍하다고 이놈 저놈 다 퍼주면 세상에 누가 열심히 일하려 하겠어?!")


이러한 관점들은 경제를 국가가, 정부가 주도했던 박정희 시절부터 경제를 대기업이 주도하는 오늘날까지 우파진영에서 거의 일관되게 이어져 오는 것으로 보인다. 



… 


물론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선 종종, 어느 정도의 냉혹함과 가혹함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게 어느 정도 까지냐는 것.

간단하게, 한국 수준으로 "하루 12시간 주말 없이"가 아니면 경제가 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는 인당 국민소득이 만불도 안되던 시절부터 주당 40시간 이하로만 근무해왔던 유럽 경제가 어째서 폭망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선 설명되지 않는다. (물론 이젠 다 망할 것 같긴 한데 그건 코로나 때문이지 '국민들이 나태해서' 때문은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논리("국민이 하루 12시간 주말 없이 노예처럼 일 하지 않으면 그 나라 경제는 폭망 할 수밖에 없다!")를 부정하는 복지국가들이 너무나 눈깔스럽기 때문에, 언제나 "유럽 경제 조만간 폭망 한다." "유럽 놈들은 적게 일하고 많이 받아가는 나태함에 절어있기 때문에 망할 수밖에 없다!"라고 노래를 불러오곤 했으나 물론 그런 일은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그들이 유럽 복지국가에 대한 비난을 가장 드높였을 때조차 유럽의 경제는 적어도 한국 경제보단 좋았다.)


자, 사기꾼들의 바보 같은 헛소리에서 깨어나자. 부자들로부터 곱절의 세금을 거두고 그 돈으로 하위층 사람들에게 복지를 제공한다고 해서 나라 경제가 망하진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튼튼해지지. 날로 벌어지는 빈부격차와 0을 향해가는 출산율의 절체절명 상황 속에서 한국이 그러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 


+언제나 말 하지만 가장 최악의 인간쓰레기는 한국에선 그렇게 좌파 경제 비난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사악한 빨갱이 복지국가"로의 이민을 꿈꾸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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