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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y 20. 2020

"그들은 숭고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숭고한 일을 해 왔기에 사소한 걸로 너무 비판받아선 안된다."

"그들은 숭고한 일을 해 왔기에 그런 사소한 걸로 너무 비난받아선 안된다."


정의연에 대한 비판이 있을 때마다 심심찮게 돌아오는 반응이다. 어디 정의연뿐이랴? 통진당 그 난리 때도 그랬고 레펨 논란 때도, 그리고 조국 때도 그랬다. 소위 '범 진보'에 속한다는 이들에게서 무언가 결함이 발견되고, 이에 대한 세간의 비난이 시작될 즈음이면 항상 나왔던 반응들이다.  


"우리는 지난 세기의 서슬 시퍼런 험난한 시절부터 이 땅의 민주화와 민중의 해방과 약자들의 권리를 위해 붉은 띠 동여 메고 동지들과 투쟁을 블라블라~ 그런데 그런 우리를 몰라보고 이제 와서 이런 '사. 소. 한' 결점이 발견됐다고 해서 BBK 다스 터진 이명박 내지 최순실 터진 503처럼 취급하려 들어?! 어딜 감히!! 이거 다 토착 왜구 농간이야 빼애애애액!!"

이거 한 끗만 돌려보면 어떻게 될까?


"한국 보수세력은 공산화의 위협 앞에 피로써 이 땅의 자유민주를, 시장경제를 지켜냈고 잿더미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끌어냈다. 지금도 광화문 광장을 태극기로 물들이며 틈만 나면 공산화를 노리는 더 어러운 좌빨 럼들로부터 이 땅의 자유민주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설령 '사. 소. 한' 결함이 나왔다 한들, 이를 우리의 주적인 좌빨 공산당 놈들과 같이 취급해선 안 되는 것이다! "


"좌빨에 맞서는 우리의 길이 숭고하기에, 조금 지저분한 게 묻었다 하더라도 진영논리로 묻고 가주는 그런 게 있어야 한다. 뭐만 하면 이성이니 논리니 하면서 따지는 너희 같은 종자들 때문에 일베도 망한 거고 보수도 망해버린 거야 이 변절자 좌빨 쁘락지 비겁자들아~~!!"  


(아마 우파들에게 더 익숙할 어떤 반응 들일 것이다.) 


...


항상 해 왔던 이야기인데, 정치는 항상 진영논리 때문에 망한다. 

'전체 총론이 숭고하기에'라는 명제 하에 맹목적 추종과 충성경쟁만이 판 치게 되고 자정작용은 사라진다. 

결국 '그런 좌파'와 '그런 우파'만이 남아 '그런 싸움'만을 끝없이 이어나가게 되는 거지. 


의미도 논리도 철학도 생산성도 없이 오직 군복 색깔로 구분되는 적과 아군, 피아의 구분만이 존재하는 그런 개막장 아수라장 정치.


+버러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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