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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Jun 20. 2020

영화 '마이웨이'의 비참한 진엔딩

'노르망디의 한국인'은 과연 부산으로 돌아갔을까?



영화 '마이웨이'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찍힌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기획되었다. 

사진 속에는 아시아계 독일군 포로의 모습이 나와있었는데 이 포로는 조선 출신이었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조선인이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 한반도에서 서쪽 끝 노르망디까지 가서 독일 군복을 입고 나치를 위해 싸우다 미군에 의해 생포가 된 것일까? 이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이 사연을 조사해 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조선인이었던 사진 속 인물은 당시 조선을 지배하던 일제에 의해 일본 관동군으로 끌려갔고, 거기서 소련군과 전투를 치르다가 소련군에게 포로로 잡힌다.(할힌골 전투) 잡힌 뒤에 살기 위해 소련인으로 귀화, 소련군으로 자동 편입되었고 소련 서부지역 스탈린그라드로 보내졌다가 다시 독일군에게 생포된다. 결국 한번 더 전향을 하고, 전향 포로들로 이루어진 독일군 외인부대로 편입된 그는 서쪽 대서양 방어선 노르망디 구간으로 배치되었다가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마지막으로 미군에게 생포된다. 


이 기가 막힌 여정은 당연히 영화의 레퍼토리로 고스란히 차용되었으나 실제 저 인물의 마지막이 어떠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영화사에선 "미군에 의해 부산으로 되돌려 보내져 거서 잘 먹고 잘 살았을 것"이라 말했으나 근거는 없는, 관객 달래기 수준의 이야기이다. 


합리적인 추측을 해 보자면 조금 어두운 엔딩으로 다가가게 된다.

전후 스탈린은 서방 연합군에게 "단 한 번이라도 소련인이었다가 전쟁 중 전향해 독일군으로 편입돼 서방 연합군에게 잡히게 된 모든 버러지들을 소련으로 양도할 것"을 요구했고 잔인하게도 서방 연합군은 그 요구를 수용하고야 만다.(많은 소련 출신 독일군 포로들이 이 결정을 듣고 자살을 택한다.)



히틀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인간백정 스탈린이 돌려받은 이 '변절자들'을 어떻게 처리했을지 예상해 보는 것은 사실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들은 도망치다 사살되거나 수용소에서 고문받고 사지를 잡아 뜯기다가 땅바닥을 긁으며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나치 영화에서 접하던 유대인들의 운명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여튼 제 명대로 살다 가기 무척 힘들었을 거라 생각하면 된다.


노르망디의 한국인은 소련군 포로시절 어찌 되었건 전향 각서에 서명을 했다. 이는 전의 소속을 완전히 포기하고 소련인이 되겠다고 스스로 인정을 한 것이다. 우리가 보기엔 아닐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스탈린의 관점에선 그러하다. 


결국 그는 '소련 출신자'로 분류되어 전후 스탈린의 손아귀로 반환되었을 확률이 아주 높다. 그 이후는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


'소련 출신 독일군 포로들 강제 반환'건에 대해선 지금까지도 비판이 많다. 이에 대한 당시 서방 연합군의 입장? 


"갸들이 돌아가면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냐고? 어떤 운명이 기다리건 그게 뭔 상관? 걔들 독일군이었어. 우리 적이었고 우리를 향해 총을 쐈고 우리를 죽이려 했어. 우리가 왜 갸들 운명까지 걱정해 줘야 하는데? 우리가 왜 그들을 연민해야 하는 거지?"


현실은 기대보다 잔인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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