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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Jun 23. 2020

온건/과격의 문제는 거의 없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픈 마음

정치세력을 평가할 때 사람들은 그 방향성이, 총론이 마음에 들면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과격한 모습을 보인다 해도 용인해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방향성 자체가, 총론 자체가 마음에 안들 땐?

대놓고 이념 그 자체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으나 보편적이진 않다.  


특정 정치세력의 방향성, 총론, 이념 자체가 마음에 안들 때 많은 이들은 대상의 이념 그 자체를 공격하기보단 방법론을 공격한다. 간단하게, 방법이 너무 과격하지 않냐는 식으로 조심스러운 태클을 거는 것이지. 

아무리 옳은 길이라 해도 온건하게 추구해야 한다는 식으로 조심스러운 비판을 하려 하지만 자기가 마음에 드는 방향성이었으면 과격해도 지지했을 것이기 때문에 사실 마음에 없는 소리들을 하는 것이다. 


오늘날 범 세계적 진보 약세의 원인을 '진보의 과격성'에서 찾으려는 이 기만적인 시도들은, 그러나 그보다 더 과격한 대안 우파들은 어째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한다. 어째서 70년 전 독일인들이 "650만 명의 사람들을 사우나탕에 처넣고 삶아서 죽이자!"라는 의견에 대해 쌍수를 들고 환영했었는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못한다.



변명할 것 없이 제1세계 진보 약세의 이유는 간단하다. 더 이상 많은 사람들이 진보의 방향성에 대해서, 그 총론을, 이념 사상 그 자체를 동의하지 않는다!! 이 현상이 옳건 그르건, 그게 더 정확한 현실 인식일 것이다.(반복되는 이야기인데, 다만 한국에서는 워낙에 수준 낮고 낡아빠진 상대 진영 덕택에 범진보 세력이 여전히 잘 유지되고 있는 중이다. 누차 반복하지만 신좌파, 피씨를 비난할 수 없는 기성 보수우파로는 지금 시대에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물론 그들의 과격함이 상황 악화에 일조한 것은 맞다. 사람들은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을 과격하게 드러내는 걸 더 싫어하니까. 어차피 동의 안 하는 주장일 거면 온건하게 말하는 것이 더 낫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상 원인에 있어 '부수적인' 측면일 뿐 주 요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의 문제를 진단하겠다고 나서는 많은 기만자들은 문제의 원인을 온건 과격 방법론의 문제 수준으로 묶어두려고 한다. 이유는? 


늘 말 하지만 진보의 그 이념들, 편향되고 낡아 빠진 그 피해 서사들에 기대어 밥을 먹고사는 많은 이권단체들이 있다. 이들은 진보의 문제가 단순히 온건 과격의 문제를 넘어 이념 그 자체의 문제로 확장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념, 방향성 그 자체는 문제 삼지 않은 체, 문제의 원인을 방법론적 측면에서만 논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진정한 본질'을 외면한 체 부수적인 조정만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려 했을 때, 그 결과가 좋았던 적이 있었던가?

하긴, 뭐 어쩌겠어. 지들 팔자소관이지ㅋ


+물론 온건 과격의 방법론이 중요해지는 분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방법론'이 가장 중요해지는 분야 중 하나로 LGBT운동을 꼽는다. 이는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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