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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Feb 09. 2024

삼국지와 외모 집착

인간의 본능

삼국지에선 외모에 집착하는 인간의 본이 잘 드러난다. 외모에 관련된 언급들이 끝없이 이어지거든ㅇㅇ(정사 건 연의건) 


인물에 대한 설명을 할 땐 능력이나 스펙이 아니라 '외모'가 가장 먼저 언급된다. 그 사람의 키가 몇 척이고 얼굴이 희니 붉니 수염이 어떻니 눈이 어떻고 코가 어떤데 누구는 성난 호래이 같은데 누구는 이쁘장하더라는 둥 하는 이야기가 언제나 가장 먼저 언급되며, 스펙과 능력은 항상 그 뒤에 언급된다. 


주유의 외모가 훤칠했다거나 관우 수염이 기가 막혀서 미염공으로 불렸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장송이나 방통이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외모가 추해서 인정을 못 받는 내용도 임팩트 있게 다루어진다.





애꾸눈은 하후돈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걸 멋지게 생각할는지 몰겠으나 정작 하후돈 본인 생각은 좀 달랐던 듯싶다. 밖에서 사람들이 짝눈이라고 놀릴 땐 성격 좋게 허허 웃어넘겼지만 정작 집으로 가서는 집안의 거울을 다 깨 부수었다고 한다. 그 마음속은 썩어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유비가 처음 입촉을 했을 때, 유비 유장 양 측의 사람들이 모여 친목도모를 위해 '야자타임'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때 유장의 부하 하나가 유비더러 얼굴에 수염이 적다고 놀렸는데, 유비는 이를 잊지 않고 있다가 훗날 유장과의 전쟁에서 '그 사람'을 포로로 붙잡아 제갈량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처형하고야 만다.

그 성격 좋은 유비조차도 '외모 조롱'만큼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반평생을 말안장 위에서 보낸, 온몸에 피칠갑을 하면서 살아갔던 어느 위나라 무장이 연회장에서 술 취한 문관 한 명에게 "뚱뚱하고 못생겼다."라고 놀림을 받자 그 자리에서 바로 밥상 엎어버리고 어린아이 마냥 엉엉 울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삼국지는 아니지만 지구 반대편의 줄리우스 시저의 일화 한 조각 추가해 본다.

고대 로마에선 신들의 질투를 피하기 위해 개선식을 하는 장군을 놀려대는 전통이 있었는데 이는 그 줄리우스 시저라 해도 예외일 순 없었다. 시저의 개선식때 주변 사람들이 로마의 오랜 전통에 따라 갖가지 껀덕지로 시저를 조롱하고 놀려댔던 것이다.(젊은 시절 시저가 비타니아 왕에게 '바텀알바'를 했었다는 이야기까지 다시 끄집어내 조롱거리로 삼았다.) 

시저는 그 모든 조롱들에 대해 '대부분은' 쿨하게 넘겼으나 오직 하나, 자신의 '대머리'를 놀려댔던 사람에게만은 정색을 했다고 한다. "야, 아무리 그래도 인간적으로 머머리는 좀 너무하지 않냐!?"



아무리 외모가 사람의 전부일 수 없다고 하지만 인간인 이상 (자신이건 남이건) 외모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더욱 높은 차원의 존재로 진화하지 않는 이상은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렇게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이기에, 외모에 의한 비하만큼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영역도 드물다. 사상이나 능력에 대한 공격보다 훨씬 즉각적인 불쾌함을 남긴다. 외모로 조롱하는 행위가 특별히 질 나쁘게 여겨지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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