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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Feb 08. 2024

민족의 소멸

하나의 정체성이 소멸하는 과정

여진족의 소멸은 참으로 흥미롭다.


여진은 중국 한족에 대한 승리자였다. 그들은 무력으로 한족을 복속시켰고, 그렇게 청나라를 만들었다. 하지만 청나라를 만들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여진족들은 적이었던 한족이 자신들보다 문화적으로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지배자' 여진족들은 그렇게 '피지배자' 한족들의 문화를 빠르게 수용해 갔고, 결과적으로 피지배자의 문화에 동화되어 소리소문 없이 소멸되었다.


폭력에 의한 강압적인 소멸이 아니었다. 오히려 여진족의 '폭력'이 패배자 한족의 그것보다 더욱 우월했으니까. 지배자인 여진족이 패배한 한족들을 복종시키는 과정에서 일방적인 학살이 일어나기도 했다. 


여튼 대부분의 여진족은 폭력적 강요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그렇게 '민족적 자살'을 맞이했던 것이다. 개별 구성원 입장에서 자신들의 뿌리인 여진의 전통보다 타민족인 한족의 문화가 더 좋다고 생각해 스스로의 민족정기를 포기하고 상대민족에 흡수되기를 선택한 건데 달리 문제라 할 건 없을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모든 여진인들이 이러한 '자살'에 동의했던 건 아니었다. 17C 만주의 여진인들이 자신들의 오래된 습속들을 바꾸고 대 제국으로 나아갈 때, 이러한 '변화'에 동의하지 않았던 여진인들도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계보는 결국 청나라로 나아갔던 형제자매들과 갈라지게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대제국 청나라'로 나아감을 거부했기 때문에 이들은 한족동화를 피한 체 정체성을 더 오래 보존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여진의 풍습을 유지했던 이들은 다름아닌 조선땅에 있었다. 이들은 청나라와 갈라져 스스로의 전통을 유지한 체 조선땅 북쪽, 함경도 일대에 끝까지 머물렀는데 이들의 존재는 드라마 '킹덤'에서도 나온다.


하지만 결국 이 공동체 역시 소멸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는 북한에 의해서 일어난다. '민족적 통일성'을 중시했던 김일성이 집권하면서 그때까지 남아있던 여진족 공동체들을 전부 해체시킨 후 부카니스탄 사람으로 강제동화 시켰기 때문이다. 


수백 년 동안 조선땅에 살면서도 조선인으로의 동화를 거부했으며

한족 문화를 거부하며 청나라로 나아감 역시 거부했던 이들이다.

그랬던 이들이 마지막으로 직면하게 된 '부카니스탄 동화'는 순조롭게 받아들였을까?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기록을 접하지 못해 알 수는 없다.

여튼 본인들이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오늘날 '여진족'은 그렇게 소멸하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스스로를 '여진'이라고 칭하는 이들이 중국에 소수 남아있다곤 하나

중국정부의 소수민족 복지정책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가라로 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여진의 여인들은 다들 가슴이 크고 미인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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