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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Oct 03. 2020

내가 시장을 버리게 된 이유

시장은 정말로 완벽한 균형을 보장하는가?

나도 한때는 시장을 신봉했다. 모든 사람은 시장에서 보인 능력만큼 '만' 잘 살아야 하며, 만약 시장에서 보여줄 무언가가 아무것도 없는 무능력한 이라면 마땅히 굶어 죽음으로써 세상으로부터 도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인심 좋은 부자의 자발적 자선이 아니라면 말이지. 그 확률이 얼마나?ㅋ)

그런 세상에선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죽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모두가 노력하는 속에 전체 세상 역시 더 발전하고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잘 사는 사람은 적당히 잘 살고 못 사는 사람도 적당히 못 사는, 그런 적절한 균형 상태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반영구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이 생각이 그대로 이어졌으면 내가 좌파로 안 왔지ㅋ

언제부턴가 "그 적절한 빈부 균형 상태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반영구적으로 유지 지속"될 가능성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자유시장에선 균형 상태가 아니라 부자는 끝없이 부유해지고 빈자는 끝없이 빈곤해지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여기게 된 것이지.


규모의 경제는 필연적으로 이미 '규모'를 달성한 이들을 끝없이 유리하게 만들어주며

기술의 발달은 인간 노동력의 가치를 끝없이 갉아먹는다.

역사 속에서 노동자들의 처우는 시장경제 그 자체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회주의 사상과 케인스주의의 범람으로 인해 사람들이 '분배'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향상되었다.

 

...



자유시장이 그 자체로 정당하려면, 자유시장은 "인문학 전공을 가지고 할 줄 아는 것이라곤 고작 벽돌 나르기 내지 꼼꼼한 서류 정리에 불구한 과반 이상의 노동계급 사람들"에게도 끝없이 생존을 보장해 줄 수 있어야만 한다. 그것이 가능함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끝없이 발전하는 인공지능과 로봇들이 하급 기술 업무부터 하나하나 인수인계받아가는 중이다. 그 정도는 갈수록 심해질 것이며, 로봇이 인수인계받는 업무의 기술 수준 역시 더욱 올라갈 것이다. 하급 기술자가 먼저 무가치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고급 기술자 역시 무가치해진다.(하다 못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섹스 산업 조차 AI 로봇들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사라지는 직장과는 달리 새롭게 탄생하는 직장들은 대게 (당분간 로봇이 손대기 힘들 정도로) 고급 지식을 요구하는 고급 지적 영역이 될 것이다. 기계에 밀려 실업자가 된 이들이 손쉽게 이직할 수 있는 직종이 아닐 것이다. 


반면 대규모 로봇을 고용(?)할 수 있는 자본가 계급은 인건비 절감으로 인해 폭리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고로 로봇을 통해 폭리를 취하는 자본가들은 그 엄청난 이득중 일부를 빈자 구제를 위해 내어 놓아야 하며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서류 정리 내지 벽돌 나르기에 불과한) 효용을 상실한 다수의 노동계급 사람들은 더 이상 시장에서 효용을 보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공짜로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만 한다.


이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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