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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Jun 08. 2020

도덕성 따위는 멍멍이나 준 사회

정의연 난리가 특별히 더 슬픈 것은..

자주 하는 말이지만, 68 혁명(한국은 87)을 통해 보수세력은 도덕적 정당성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그러나 그것이 보수세력 전체의 종말이 되었다거나 그랬던 것 역시도 아니다. 68 이후에도, 87 이후에도 보수'세력'은 건제했으며 많은 이들이 보수세력을 지지했다. 


그 이후에도 보수세력을 꿋꿋하게 지지했던 이들은 어떤 이들이었을까? 아마 새롭게 치솟는 진보들과 그들이 장악한 문화권력, 그 속에서 나오는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서사들에 거부감을 느낀 이들이 아니었을까 한다. 어쨌거나 68(87) 이후 보수인들은 도덕성에 대한 기대를 상당 부분 내려놓은 채로 보수'세력'을 지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상은 어차피 다 썩었으니까, 보수세력 너네들 다 쓰레기인 거 알겠는데 누군가는 폭주하는 '진보'를 제어해야만 하니까, 그래서 그냥 니들한테 표 준다 이런 거지.


도덕적 정당성의 상실은 보수세력에게 뼈아픈 일이었으나 어찌 되었건 살아는 남았고, '도덕성에 대해선 더 이상 따지지 않는' 지지층도 확보하였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보수세력에게 이득이었는데, 지지층이 도덕성을 덜 따지니까 실제 정치무대에서 보수세력은 도덕성을 상대적으로 덜 신경 써도 되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세상은 썩었으니까, 그 속에서 우리도 썩었는데 뭐 불만 있어?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지ㅉㅉ 


그래도 어디까지나 이들의 상대항이었던 '진보'는 도덕성을 신경 썼다. 그런데 그것도 영원하진 않았고 오늘날 세상은 진보의 위선과 가식을 끝없이 노래하는 중이다. 



그 옛날 보수가 도덕성을 상실했음에도 지지세는 계속 유지할 수 있었듯이 진보 역시 지지세는 계속 유지하는 듯하다. 아니,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렇게 보인다. 그리고 그게 바로 문제가 된다. 진보 지지자들 역시 도덕성을 내려놓고 정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니까. '보수'의 상대항으로써 보수를 공격할 수만 있다면 진보도 더 이상 도덕적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미 보수인들은 도덕성에 대한 기대를 접고 정치를 바라본다. 그런데 진보 역시 '도덕적이지 않아도 되는' 집단이 된다. 자, 이제 정치의 도덕은 대체 누가 신경 쓰지?  

 

결국 '그런 보수'와 '그런 진보'간의, 이분법과 피아 구분밖에 존재하지 않는 막장 패싸움 정치판이 돼 버리는 것이다. 상대방을 죽일 수만 있다면 파쇼 짓을 하건 불법을 범하건 사기를 치고 살인을 하고 뭘 해도 아무도 신경 안 쓰는, 마키아벨리들의 천국이 도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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