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환 Jul 30. 2020

여성계와 민주당

누가 몸통인가?

원칙적으로 피해 '호소'자라는 워딩엔 잘못된 것이 없다. 전술했듯이, 지금 와서 애써 그 워딩에 집착하려는 이들이 전에는 안 그랬다는 정도가 문제일 뿐. 

그런데 지금 이 워딩을 악착같이 물어뜯는 이들이 있다. 페미들이야 당연하겠지. 하지만 딱히 페미도 아니었던 이들이 이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는 걸 보면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박원순이 밉상일 순 있겠지. 그 비참한 말로에 대해 그다지 연민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안티 페미라면 최소한의 선은 지켜야지.


박원순이 단순하게 '페미니즘의 법도'로 잘못한 것인지 세간의 법도에서 잘못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차피 살아생전 주야장천 페미니즘의 기수를 자처했던 고인의 포지션으로 볼 때 어느 쪽이건 비난을 면할 수는 없겠으나 그 두 개를 구분할 사람들은 구분을 해 주어야 하는 것인데, 이를테면 지금 '피해자'라는 워딩을 그냥 인정해 줄 경우 누차 언급했듯 안티 페미 진영은 앞으로 무죄추정을 주장하기가 몇 곱절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피해(호소)자라는 이유만으로 성역화해줌에 이에 대한 그 어떠한 의문 제시조차도 2 차가해로 차단돼 버리는 풍조에 대해서도 생각해 봄직 하다. 그러한 풍조가 정녕 정당해야 한다면, 일단 안티 페미 활동의 90%는 봉인돼야 한다.) 

...



옳고 그름을 다 떠나서 이번 사건을 통해 "우파로써의 진영 의식"이 "안티 페미로써의 의식"을 앞서는 이들이 많이 드러난 것 같다. 
"우파로서의 진영 의식"이 더 강한 이들은 어차피 민주당만 무찌르면 페미 피씨 신좌파 과잉을 다 끝낼 수 있다는 식으로 말 하지만 미통당이 페미니즘에 대해 보이는 어중간 한 태도로 보건대 이는 어불성설이다. 좌에서 우까지 모두가 페미니즘의 영향력 하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미통당이건 민주당이건 무슨 당이건 누가 흥망을 겪건 페미니즘의 기세는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 보는 게 더 정확하리라. 


이를테면 (정확히 지금처럼) "페미니즘을 열심히,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다는 죄목으로" 민주당을 때려봐야 민주당만 죽고 페미니즘은 더 흥성하는 결과가 나올 뿐이다. 그렇기에 "우파로써의 진영 의식이 안티 페미로써의 의식을 앞서는 이들"은, 페미니즘의 논리에 올라타서 그저 민주당만 죽도록 패느라 여념이 없는 그들은 현 시점에서 안티 페미 활동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좌건 우건 '기성'세력들은 68 혁명, 신좌파, 페미니즘 PC적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당이건 미통당이건 무슨 당이건, 여성계 입장에선 어차피 쓰다 버리는 고기 방패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어떤 안페 투사들은 애써 그 양산형 고기 방패를 '몸통'이라 부르며, 마치 무슨 대단한 혁명이라도 진행하는 양 열심히 두들겨 패고 있다. 저 언덕 위의 '진짜 몸통'은 웃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안페에도 좌와 우가 있는 이상, 싫은 진영에서 추파가 터지면 이를 조롱하고 놀리고픈 심정이 있음을 나도 이해한다. 나 같아도 몇 번은 그러고 놀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분위기'가 정도를 넘어가서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법 싶으면 정신 차리고 적당히 자제할 필요도 있는 거지. 


+박 시장 사태로 인해 진보좌파 진영 내에서 탈페미 움직임이 계속 감지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그 계기가 가증스럽다"는 이유로 이를 외면해버린다면, 안티 페미 진영은 더 이상 친구를 늘릴 수 없게 될 것이다. 
기회란 건 그렇게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때리는 것은 좋은데 그 명분을 이상하게(ex : 페미니즘을 충분히 열심히 실천하지 않아서) 잡아 버리면 상대를 더 강화시켜주는 결과가 나와버린다. 


 







작가의 이전글 '대안우파'라는 용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