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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ug 13. 2020

오토코노코 미모, 그리고 잡설  

뭐가 더 이쁨?

밀덕에 이어 각종 서브컬처 이야기들을 해 보려 하는데 오늘의 대상은 오토코노코(여자같이 예쁜 남자. 또 다른 표현으로는 보추)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디시는 초토화(?) 된다. 박하얀이라는 한 어여쁜 소년이 자신의 여장 사진을 인터넷 와우 갤러리에 올렸던 게 대박(??)을 친 거지. 지금에야 서브컬처 세계에서 오토코노코가 흔한 캐릭터 장르가 되어 그렇게 충격적이지 않을진 모르겠으나 여하튼 10년 전에는 충분히 자극적이었다.

 

그리고 그 박하얀은 비슷한 유형의 일본인 죠소코와 줄곳 비교되곤 했는데, 이 둘에겐 몇 가지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었다. 


박하얀


죠소코

공통점은 일단 둘 다 여장을 하는 어린 소년이었다는 것. 그리고 비슷한 유형의 전신 거울을 비슷한 방식으로 배치해 자신을 더 날씬하게 표현하려 했다는 것 정도.


차이점은? 

아쉽게도 원판(?)에서 다소 불리(?)했던 박하얀의 경우 얼굴이 이쁘게 나오게 하려면 조명과 구도를 아주 특별한 상태로 맞추어야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운신의 제약 폭이 컸다.(+그리고 초점을 일그러뜨려서 얼굴이 너무 디테일하게 표현되는 걸 막았다.)

반면 스스로 외모에 자신이 있었던 죠소코는 조명과 구도의 제약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울 수 있었고 박하얀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도발(?)적인 포즈를 시도하곤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가 가장 관심 있게 봤던 부분인데, 이 둘은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유형의 미모를 보여주고 있다. 박하얀의 원본이 실제 어떠했는지 여부를 떠나 그는 어느 정도 날카로운 콧날과 뾰족한 턱선을 '표현'하려 했다. 반면 죠소코의 경우 전형적인 일본인의 특색인지 미약한 콧날과 턱이 없이 아예 둥글둥글한 얼굴형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난 '박'유형의 얼굴을 더 미모로 치고 살아왔다. 날카롭고 뾰족한 턱선과 오뚝한 콧날, 그리고 약간 찢어진 듯 날카로운 눈매를 '요염하다'라고 생각해왔다. 근데 최근 나보다 명백히 어려 보이는 커뮤러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요즘엔 '박'유형보다 '죠'유형의 얼굴을 더 미모로 쳐 주는 것 같더라..


이게 조금 슬펐던 게, 나이를 먹어가며 주름살이 생기고 살이 처지는 건 그냥 몸이 늙는 거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는 건 정신적으로 늙었다는 거니까. 

간단하게 이렇게 생각해 보자. 옛 노인들 이런 이야기 하잖아? 


"자고로 여자는 말이여~ 뚱뚱~하고 달덩이처럼 동그란 얼굴이 예쁜 것이여~ 티브이 보면 요즘 것들은 뭐가 이쁜 건지도 몰러~" 


이러면 보통 우리는 웃어넘기고 말지ㅋ ("아 할배는 시방 대체 은~젯적 얘기 하요~") 


그런데 내가 가진 미적 기준이 그렇게 '과거의 것'이 되어 간다는 거니까. 

+혹여나 박하얀 님 지나가다가 이 글을 보시더라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모독이나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미적 기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 겁니다ㅜㅜ 그리고 저도 님 좋아했음. 절대 모독 의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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