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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ug 14. 2020

소련군 이야기 계속

좋은 군대 나쁜 군대

지난 편 : https://brunch.co.kr/@pmsehwan/212


T-34-85


T-34의 구조에서 집고 넘어가 볼 만한 부분이 또 하나 더 있다. T-34를 비롯한 대전기 소련 전차들을 보면 명백히 드러나는 특징이, 포탑부가 전면에 쏠려서 배치되어있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전차는 전면 장갑이 가장 두껍기 때문에 전면부 무게 쏠림 현상이 심한 물건인데 소련 전차처럼 포탑마저 앞쪽으로 배치할 경우 무게중심을 잡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왜 소련군은 이런 기형적인 전차 구조를 고집했던 것일까? 여기엔 소련군 특유의 인명경시 사상이 반영되어있다. 


보통 전차의 승무원들은 포탑 근처에 배치된다. 포탑이 전방으로 배치된다는 것은 승무원들 역시 전방에 쏠려서 탑승함을 의미한다. 전차는 보통 전면에 가장 많은 충격을 받기 마련이고 이 경우 전면에 배치된 승무원들은 죽는다. 하지만 전면의 '고기 방패'들이 충격을 흡수해 주었기 때문에 뒤쪽에 배치된 구동계는 살아남을 확률이 올라가고 결국 사람을 죽이면서 전차는 계속 보존해 쓰겠다는 것이다.


(이와 정 반대의 설계사상을 보여주는 전차가 바로 이스라엘의 메르카바이다. 이 전차는 포탑부가 극 후방으로 쏠려있다. 이 경우 전면에 타격을 받은 전차는 망가질지언정 후방에 자리 잡은 승무원들은 살아남는다. 수적 열세 하에 한 명 한 명의 목숨이 소중했던 이스라엘군의 입장을 잘 보여준다 하겠다.) 


메르카바

...


독일 패망과 연합국의 세계대전 승리에 대한 소련의 기여도 역시 근래엔 너무 과장되는 측면이 있다.  

보통 소련의 기여도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세계대전 기간 중 미국은 그저 40만 명이 죽었을 뿐인데 소련에선 2000만 명 이상이 죽었음을 매우 강조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이 보지 못 하는 측면이 있다. 전쟁은 사람의 목숨을 요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직 사람의 목숨'만' 가지고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 정말 무식하게 말해서, 목숨도 필요하지만 미네랄도 필요하고 베스핀 게스도 필요하다. 미네랄과 게스가 있어야 땅끄랑 전투기를 팍팍 찍어댈 것 아닌가!


결론부터 말해서, 소련을 포함한 모든 연합국이 미국의 미네랄과 베스핀 게스에 의존했다. 미국이 모든 연합국을 먹여 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미국과 소련의 전비 지출 규모 비는 전사자 규모 비의 반대의 느낌이 난다. 괜히 천조국인 게 아니다..)

 

간단하게, 소련이 미국과 서방의 미네랄, 베스핀 게스 지원을 받지 않았어도 자력으로 독일을 무찌를 수 있었을까? 많은 학자들은 이에 대해 무척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


독일군과 소련군의 차이는 임무수행방식에 있어서도 나타나는데, 독일은 흔히 말하는 '임무형 지휘체계'로 운영되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정말 간단하게 말해서 현장 지휘관에게 큰 재량권을 부여, 임무의 큰 줄기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 생각하면 상부의 디테일한 명령들은 자의적 판단에 의해 어길 수 있도록 해 주었다는 이야기. 이는 독일군이 프로이센 오랜 전통 아래 유능한 장교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숙청의 여파로 전문군인들이 대거 갈려나가고, 독일 침공 이후 그나마 남아있던 정규군마저 박살이 나고 난 뒤의 소련군은 이러한 임무형 지휘체계를 활용할 수 없었다. 전문성이 전혀 없는 현장의 말단 간부들에게 큰  재량권을 부여할 경우 재데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도망 다니느라 바쁠 테니까. 때문에 소련군은 철~저하게 "까라면 까"시스템으로 운영되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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