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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ug 17. 2020

스탈린의 아들

뒤틀린 삶의 대물림

뒤틀린 인성을 가진 이가 있으면 주변 사람들도 같이 괴로워 지기 마련인데, 그 인성 결핍자가 누군가의 부모일 경우 그 자식들의 불행은 극대화된다. 이를테면 스탈린 아들의 경우가 특별히 그러하다. 


스탈린은 자신이 사랑했던(그리고 그 스탈린의 사랑방식을 견뎌낼 수 없어서 불행히도 일찍 삶을 마감했던) 첫 번째 아내 예카테리나에게서 야코프라는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이유 없이 이 아들에게 유독 가혹하게 굴었다.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비인간적이며 냉혹한 아버지에게 시달렸던 이 불쌍한 야코프는 그 삶을 견딜 수 없어서 결국 자살까지 시도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실패로 끝나고 만다. 그리고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스탈린의 반응


"아 그 새끼는 대체 똑바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스탈린의 아들 야코프 쥬가시빌리


...


독일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생하자 스탈린의 아들 야코프 역시 중위의 신분으로 전선에 내던져졌으나 중과부적으로 패배하고 독일군의 포로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의 지엄하시고 냉혹한 아버지께서 "살아서 적에게 항복하는 것은 변절로 간주, 본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그 죄를 묻겠다!"며 엄포를 놓은 상태였던 것이다. 

당연히 스탈린은 자신의 '엄포'를 어기고 살아서 포로가 되는 수모를 당한 아들에 대해 진노했고 그 가족들(며느리와 손자)을 가차 없이 시베리아로 유형 보내버렸다. 물론 다른 항복자의 가족들과 함께.


훗날 독일군은 스탈린의 아들을 소련군의 포로가 된 자신들의 원수 한 명(파울루스 라 카더라..)과 교환하길 원했으나 스탈린은 "나는 그런 자식을 둔 적이 없다!"며 단칼에 거절했고 "독일 새끼들은 다 빠가사리인가? 어떻게 하찮은 중위 나부랭이 따위와 원수를 교환하자고 그러지?" 라며 끌끌거렸다 한다. 


프리드리히 파울루스 원수. 스탈린그라드에서 소련군에게 패배해 포로가 되었다.


...


야코프는 영국군 포로들과 함께 수용되는데 변소를 사용하는 방식 차이로 인해 영국군 포로들과 끝없이 마찰을 빚었던 것 같다. (참다못한 그는 수용소장에게 까지 찾아가 갈등의 중재를 요청했으나 소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고 한다.) 


아버지에게 버려졌다는 치유되기 힘든 정신적 상흔, 포로생활의 고단함, 그리고 영국군 포로들의 따돌림 등 여러 요소로 인해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리게 된 야코프는 영국인 포로들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러시아어로 온갖 저주와 악담을 퍼붑다가 결국 수용소의 전기 철조망에 뛰어들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야 말았다.


스탈린의 아들 야코프 쥬가시빌리의 쓸쓸한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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