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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ug 20. 2020

소련군 이야기 마지막

좋은 군대 나쁜 군대

지난 편 : https://brunch.co.kr/@pmsehwan/215


현장 지휘관이 상급 사령부의 명령을 받아 현장에 도착해 보면, 종종 상급 사령부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독일군이었으면 이런 상황이 문제가 안된다. 현장 지휘관의 재량으로 상황에 맞는 임무 진행을 시도하면 되니까. 하지만 소련군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것이 무의미한 개죽음일 뿐이란 걸 알면서도 현장의 소련군들은 무의미한 자살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고향의 가족들이 시베리아 벌판으로 기약 없는 여정을 떠나야만 할 테니까.


...


언급한 T-34의 구조적 약점부터 해서 "까라면 까" 시스템까지, 소련군은 언제나 자신들이 가진 약점을 힘없는 말단 장졸들의 희생, 피를 통해서 극복하려 했다. 인간을 철~저하게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밖에 취급하지 않은 것이다. T-34가 승무원의 편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유? 어차피 늬들 다 한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 이니까요.^오^ 


(콜 오브 듀티 2의 인상적인 장면. 소련군 미션 초반에 수류탄 훈련을 받는데 실제 수류탄 대신 감자로 투척 연습을 한다. 이에 한 병사가 "우리는 왜 실탄 투척 연습을 안 합니까?"라고 물어보자 지휘관의 답변이 걸작. "그야 실제 수류탄 한발 한 발이 네놈들 한 명 한 명보다 훠얼씬 값진 물건이니까 그렇지!")


그리고 이런 더러운 풍조는 소련군의 전통으로 자리 잡아 지금 이 순간까지 러시아군으로 계승돼 내려오고 있다.(그리고 그 쏘오련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다른 공산주의 국가들에도 고스란히 전파되어 공산주의 문명 특유의 그 젖 같고 참담한, 저급한 인권의식에 기여했음을 말할 것도 없다.)  



말마따나 소련군이 그렇게 허접한 군대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소련군의 전투력은 우수했고 그들의 무기 역시 진보된 것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어떤 이들에게 '소련군'이란 세 글자가 여전히 거부감으로 다가온다면, 그것은 아마도 부족하고 아쉽다 싶을 때마다 힘없는 이들이나 갈아가며 해결하려 드는 이런 더럽고 역겨운 인명경시 풍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한다.("뭐? 현장 사정이 너무 팍팍해서 임무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그냥 늬들이 두배 세배로 더 땀 흘리면 되는 거 아냐?")


그 밖의 대전 기간 점령지에서 보여준 살인, 강간, 약탈, 방화들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니까 여기서는 하지 않도록 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

오늘의 한국군은 독일군과 소련군 중 어디에 더 가까울까?

 

+저지른 악행은 일단 빼놓고 봤을 때, 대전 당시 독일군은 충분히 훌륭한 군대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군기와 전투력을 패망 직전까지 꿋꿋하게 유지했음에도 (믿기지 않지만) 내무부조리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나중에 기회 되면 '독일군 이야기'도 해 볼까?       


++어떤 나이 많은 인간들은 

선임병 기분 따라 별 시답잖은 이유로 후임 갈구고 치약 뚜껑에 대굴빡 처박고 내무부 조리가 넘쳐나는 것을 일종의 군기 표출이라고 생각함에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굳게 여기는 것 같은데

그건 군대의 강함이 아니라 약함이 표출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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