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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ug 22. 2020

'미소년'을 소비하는 두 가지 방식 1

남성성과 여성성

'미소년'의 매력은 한 대상 내에 남성과 여성의 요소가 혼재돼 있음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이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요소 중 어디에 더 방점을 두는가에 따라 대중이 미소년을 소비하는 방식이 갈린다.


...


미소년에게서 보이는 여성스러운 외견은 대상에 대한 남성성의 기대치를 감소시킨다. 

간단하게, 마동석이 마동석'스러운' 언행을 보인다면 그것은 그렇게 임팩트 있는 장면이 못된다. 마동석이 가진 마동석으로써의 외견이 그 마동석스러운 언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마동석스럽지 않은, 곱상 가련해 보이는 외관의 캐릭터에게서 마동석스러운 액션이 나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여성스러운 외관이 대상에 대한 남성성 기대치를 현저히 낮추어 버렸기 때문에, 미소년의 마동석 액션은 소비자들(?)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여주가 건달들에게 둘러싸여 위기에 빠졌을 때, 그동안 그저 여성스럽게만 여겨져 왔던 가련한 미소년 캐릭터가 나타나 현란한 무공을 보여주며 건달들을 물리치고 여주를 구해내는 장면("그 더러운 손 놓지 못해?!")이나 

방황하는 여주를 거칠게 잡아채며 "어딜 가려고! 넌 아무 데도 못가. 왜냐면 넌 내 것이어야만 하니까!" 따위의 대사를 남발하며 다소 강압적으로 입술을 훔치는 (평소 땐 그저 여성스럽고 가련하게만 여겨졌던) 미소년 캐릭터의 모습.


혹은 판타지 액션물에 흔하게 나오는, 여자와 같은 곱상한 외견을 가졌지만 엄청나게 강한 무공을 보여주는 캐릭터들. 



굉장히 클리셰화 된 이 흔해 터진 설정들의 공통점은, 미소년이 가진 남성성을 돋보이게 해주는 보조적 장치로써 여성성을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캐릭터의 여성성을 이용해 남성성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다가 결정적인 순간 남성성을 극적으로 폭발시킴으로써 반전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 순간 그 미소년 캐릭터는 사실 마동석을 능가하는 극단적인 마초 상남자 캐릭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자신의 남성성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마동석 이상의 임팩트를 남겼기 때문. 

고로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남성성에 대한 가장 극단적인 집착과 갈구의 끝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미소년 캐릭터에 대한 굉장히 오래되고 전통적인 소비방식이며, 많은 여성향 판타지들 속에서 여전히 잘 팔려나가고 있다.


...



그러나 오늘날 남초 커뮤니티들에서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오는 오토코노코(보추) 계열 캐릭터들은 위의 '전통적인' 방식과는 정 반대의 미소년 소비방식을 보여준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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