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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Jun 08. 2021

정치는 산수가 아니다!

진보, 말하지 않는 기만

종종 진영논리에 잠식된 정치 하에선 아군의 덩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진영 내에서 아무리 한심하고 잘못된 현상이 일어난다 하여도 이를 애써 문제 삼지 못하게 하는 풍조가 존재한다.("내부총질 하지 마!")


진영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갈등들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려 하면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잘못했음을 인정해야만 하며, 결국 그 부분은 잘라 내야만 하는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전체 진영의 규모가 그만큼 줄어들 것 아닌가?! 덩치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기존 진영 내에 포함된 모든 종류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다 챙겨야 하며, 설령 그들에게 문제가 있고 트롤 짓이 성행한다 해도 무조건 다 실드 치고 덮어주어야만 한다! 


결국 이들은 오직 적대적 진영의 허물과 모순에 대해서만 공격을 허락하며, '같은 진영' 내에선 아무리 한심하고 쓰레기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하여도 절~대 이를 문제 삼지 못하게 만든다. 만약 이를 거부하고 진영 내의 잘못부터 바로잡으려 한다면 바로 "내부 총질자 스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는 거지.


근데 이 '진영 내 평화, 화합 주의자'들이 생각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이 (진영 내) 평화, 화친 주의자들은 정치를 단순한 산수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친 노동 성향 시민이 10% 있고 친 페미 성향 시민이 10% 있을 때, 노동과 페미를 양쪽 모두 '빨아'주면 전체 지지율이 20%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세력이 페미니즘을 밀어줄 때, 일부의 친노동 시민들은 페미니스트들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블루 컬러 하급 노동계층 남성에 대한 폄하를 보고 떨어져 나가며, 노동계를 편들어 주면 하급 노동계층 남성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적인 풍조에 실망한 일단의 페미니스트들이 빠져나간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치는 그렇게 단순한 산수가 절대 아니다!


내 지금까지 '레디컬'이라 말하는 페미니스트들과 무수히 많은 충돌을 빚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썩 훌륭(?)했던 부분도 분명 있는데, 이들은 적어도 자신들이 주장하는 '여성 일방 주도'와 진보의 여타 다른 개념들(노동자 중심, 이슬람 옹호, 성소수자 포용, etc)이 논리적으로 병존할 수 없다는 걸 깔끔하게 인정한다! 그리고 이것은 그들이 '최소한의 논리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해 보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들은 정치가 그렇게 단순한 산수일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진보'라는 명분으로 이슬람 히잡 쓰는 거 자유롭게 비판 못 해서 페미 표 일부 떨어져 나가는 걸 방치하느니 그냥 '여성'이 아닌 다른 개념들과는 깔끔히 손절하고 '여성'이 아닌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해 '여성'이라는 오직 하나의 기준으로만 비판함으로써 페미 표를 확실하게 챙기고 그 일관성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들의 사상(여성 일방)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하나의 일관된 잣대를 추구하려는 그 습성에 대해서만큼은 일말의 존중을 표하는 바이다.  


+정말 단순하게, 보수우파 진영에서 전광훈 손절 안 하고 버티다 손해를 봤냐 이득을 봤냐

++지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준석은 "이놈 저놈 다 편들고 가자." 주의자가 아니라 "이제 쳐낼 건 쳐내야 한다."주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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