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사나이가 불편했던 점

목적이 없는 폭력

by 박세환

*이 글은 그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프로그램에 대한 개인적인 심상을 담은 글입니다. 저와 다른 취향을 가진 이들의 견해 역시 존중합니다.


가짜 사나이

유명세는 있었지만 딱히 당기진 않아서 보지는 않고 있다가 주변의 권유(?)를 받아 몇 편 보게 되었는데 딱히 유쾌할 만한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부분들에 있어 불편감을 느꼈을 뿐.


그런데 이게 좀 비 일관적인 게, 나는 밀리터리 전쟁물을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이다.(게임 영화 등등)

그런데 '가짜 사나이'는 좀 불편하단 말이지.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이유가 있긴 있었다.


많은 군사 전쟁 서사들은 폭력과 가학을 어떤 궁극적인 정치적 신념과 이상을 위한 수단으로 다루지 어지간하면 그 자체를 목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고된 훈련과정에서부터 처절한 실전까지, 모두가 '어떤 숭고한 목표' 내지 (스토리텔러가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어떤 철학적 성찰'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20201013_121327.jpg 쿠르드 민병대 페쉬메르가. '나라없는 최대민족' 쿠르드의 권익증대를 위해 싸운다. 그 목적으로 IS전쟁에서 활약했으나 그 뒤에 이어진 독립전쟁에선 이라크 정부군에게 고배를 마셨다.


하다못해 남자들이 실제로 겪었던(혹은 조만간 실제로 접하게 될), 그 X 같다고 투덜투덜거렸던 '그 과정들'에서 역시 나름의 명분은 있었다. 우리는 그저 "사악한 외세의 침탈로부터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과 자유민주주의의 숭고한 이상을 지켜내기 위해 젊은 날 소중한 피와 땀을 조국에 헌상"하고 왔던 것이다.

당신이, 그리고 우리가 그걸 "그렇다."라고 느꼈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그 'X 같은' 진흙탕 좌로 굴러 우로 굴러의 끄트머리에서 우리는 교관들에게 그렇게 위로받았다.


...


그런데 가짜 사나이에선 '그게' 없다. 거기엔 그 어떤 숭고한 이념적 추구도 철학적 성찰도 없다. 사회주의? 자유주의? 아니면 핍박받는 민족의 해방? 혹은 극단화된 종교적 신념? 아무것도 없다.(굳이 따지자면 조회수를 늘려서 금전적 이득을 최대화하려는 경제적 목적이 있기는 할 것이다. 교관들이나 교육생이나.)


애초에 특수부대의 혹독한 훈련과정을 견뎌낼 리 만무한, 그리고 견뎌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는, 멘털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던 민간인들을 데려다가 아무런 목적이 없는 폭력과 가학을 뿌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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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니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더욱 가학적으로 변해간다고 하는데

애초에 어떤 정치 이념적, 철학적 신념을 위해 기획된 과정이 아니다 보니 '가학'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가학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이로써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려는 SM 포르노물로의 이행인 거지.


일전 "일본 애니의 씹덕화"에서

서사 그 자체보단 오직 외설적인 섹스어필(그것도 갈수록 양산형 클리셰화 되는...)을 통해서 승부를 보려 하는 그 근성이 거슬린다고 언급한 바 있었는데 살짝 그런 비슷한 느낌?


+그것과 별개로 이근 대위 그 사람 과거 (자기 딴에는 억울하다고 하는..) 성추행 전력까지 다 파 해쳐지고 남자다운 척 오진다는 둥 어쩐 둥 까이던데 그런 건 좀 불쌍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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