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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Oct 13. 2020

가짜 사나이가 불편했던 점

목적이 없는 폭력

*이 글은 그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프로그램에 대한 개인적인 심상을 담은 글입니다. 저와 다른 취향을 가진 이들의 견해 역시 존중합니다.  


가짜 사나이

유명세는 있었지만 딱히 당기진 않아서 보지는 않고 있다가 주변의 권유(?)를 받아 몇 편 보게 되었는데 딱히 유쾌할 만한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부분들에 있어 불편감을 느꼈을 뿐.


그런데 이게 좀 비 일관적인 게, 나는 밀리터리 전쟁물을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이다.(게임 영화 등등)

그런데 '가짜 사나이'는 좀 불편하단 말이지.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이유가 있긴 있었다. 


많은 군사 전쟁 서사들은 폭력과 가학을 어떤 궁극적인 정치적 신념과 이상을 위한 수단으로 다루지 어지간하면 그 자체를 목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고된 훈련과정에서부터 처절한 실전까지, 모두가 '어떤 숭고한 목표' 내지 (스토리텔러가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어떤 철학적 성찰'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쿠르드 민병대 페쉬메르가. '나라없는 최대민족' 쿠르드의 권익증대를 위해 싸운다. 그 목적으로 IS전쟁에서 활약했으나 그 뒤에 이어진 독립전쟁에선 이라크 정부군에게 고배를 마셨다.


하다못해 남자들이 실제로 겪었던(혹은 조만간 실제로 접하게 될), 그 X 같다고 투덜투덜거렸던 '그 과정들'에서 역시 나름의 명분은 있었다. 우리는 그저 "사악한 외세의 침탈로부터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과 자유민주주의의 숭고한 이상을 지켜내기 위해 젊은 날 소중한 피와 땀을 조국에 헌상"하고 왔던 것이다. 

당신이, 그리고 우리가 그걸 "그렇다."라고 느꼈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그 'X 같은' 진흙탕 좌로 굴러 우로 굴러의 끄트머리에서 우리는 교관들에게 그렇게 위로받았다. 


...


그런데 가짜 사나이에선 '그게' 없다. 거기엔 그 어떤 숭고한 이념적 추구도 철학적 성찰도 없다. 사회주의? 자유주의? 아니면 핍박받는 민족의 해방? 혹은 극단화된 종교적 신념? 아무것도 없다.(굳이 따지자면 조회수를 늘려서 금전적 이득을 최대화하려는 경제적 목적이 있기는 할 것이다. 교관들이나 교육생이나.)


애초에 특수부대의 혹독한 훈련과정을 견뎌낼 리 만무한, 그리고 견뎌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는, 멘털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던 민간인들을 데려다가 아무런 목적이 없는 폭력과 가학을 뿌려댄다. 



들어보니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더욱 가학적으로 변해간다고 하는데 

애초에 어떤 정치 이념적, 철학적 신념을 위해 기획된 과정이 아니다 보니 '가학'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가학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이로써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려는 SM 포르노물로의 이행인 거지.


일전 "일본 애니의 씹덕화"에서 

서사 그 자체보단 오직 외설적인 섹스어필(그것도 갈수록 양산형 클리셰화 되는...)을 통해서 승부를 보려 하는 그 근성이 거슬린다고 언급한 바 있었는데 살짝 그런 비슷한 느낌?


+그것과 별개로 이근 대위 그 사람 과거 (자기 딴에는 억울하다고 하는..) 성추행 전력까지 다 파 해쳐지고 남자다운 척 오진다는 둥 어쩐 둥 까이던데 그런 건 좀 불쌍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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