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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Nov 25. 2020

신념을 가장한 역겨움

이번에도 신념 이야기

세상엔 어떤 고결한(?) 이념적 철학적 문제의식이 전혀 없이 그냥 잘 먹고 섹스하고 사는 딱 거기까지만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아니, 사실 그런 사람들이 더 많다.

그리고 그러한 삶과 그런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친구가 있었다.


물론 그 경멸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갠 적으로 한국인들의 정신적 소양을 비판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

(모 외국인 曰 : "초면엔 초면이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어느 정도 친해졌다 생각되는 시점에 와서도 한국인들과는 연예인, 스포츠, 섹스, 먹고사는 이야기 이상의 무언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간단하게 한국인들은 먹고사는 게 바빠서 그런지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이런 깊고 심오한 생각들 안 하고 살아간다고ㅇㅇ)   


내가 평생 전공(공대)을 떠나서 문사철 계열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했던 것 역시 그나마 그들과 어울리면 저 괄호 속 외국인이 언급한 '그 이상의 대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들(연예인, 스포츠, 섹스, 먹고 싸는 이야기 - 관심분야의 전부)'을 마냥 비하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게, 그것들이 사실 삶의 시작이고 가장 바탕이 되는 것들이니까. 우리가 정치 사회적 논의를 하는 것 역시 '그런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것 아니었던가?


...



그럼에도 나 역시 분명히 용서할 수 없는 지점은 있다. '그 정도 사람들'이 구질구질한 이유로(금전, 권력, 타인의 관심과 인정, etc...) 힘 있는 대감님들께 매수돼서 특정 사상 사조를 선택하고(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정답) 정치 사회 논의의 장으로 들어와 어쭙잖게 옳고 그름을 논하려 하는 태도. 

금전적, 권력적 필요로 인해 '대감님들' 께 고용되어 대감님들이 주어준 스피커를 들고 대감님들이 원하는 정답이나 읊조리는 거지.


진정한 신념자, 성찰자들이 배제되고 

영혼 없는 원초적 짐승들이 사리사욕을 위해 신념자를 가장해 대감님들 스피커로 목소리를 팔아주는 이런 일들은 동서고금을 통 틀어 (지금 이 순간에도) 정치 사회 논의의 장에선 언제나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연예인, 스포츠, 섹스, 먹고 싸는 일에나 관심 가지며 살아가다도 특정 계기가 있어 '그 이상의 관심'을 품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만약 평소 성찰할 일이 별로 없어서 문사철 정치 사회적 기반이 일천했던 이가 처음으로 '그 이상의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바람직한 태도는 

어딘가 어떤 대감님 패거리에 소속되어 섣부른 정답을 '부여받는'게 아니라 

조용히 혼자 머물며 세상을 향해 조심스러운 질문들을 던져보는 것 아닐까 한다. 

(좌파 철학하는 친구 曰 : 비루한 현실에 머무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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