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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죄의식 강요

현재의 젊은 남성들도 독일 일본처럼 선대의 죄의식을 이어받아야만 한다?

by 박세환

최근 나오고 있는 페미니즘 논리 중에 가장 흥미로운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래, 포스트 민주화세대 남성들(2030)은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억압에 책임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런 식으로 따지면 세상은 왜 아직도 독일과 일본 사람들에게 '죄송함'을 요구하고 있는가? 전쟁 끝난 지 70년도 더 지났는데 그럼에도 세상이 독일과 일본에게 미안함을 요구하는 것이 정당하다면, 같은 관점에서 그동안 수천 년간 이어져 온 가부장적 여성 억압 폐단들에 대해서 2030 남성들에게 도의적 책임의식을 요구하는 것이 부당할 이유는 무엇인가?!"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우리가 여기서 읽어낼 수 있는 분명한 지점은, 지금 페미들은 2030 남성들의 삶 속에서 여성 억압적인 폐단을 찾아내는 것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네가 죄인이야! 네가 '직접' 잘못한 것이 맞아. 그러니까 너는 죄의식을 가져야만 해!"라고 말할 수 있어야 옳은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은 용의자(?)의 직접적인 범죄사실을 도저히 입증할 수 없게 되었다는 비참한 고백에 다름 아니다. 직접적인 범죄사실을 도저히 입증할 수가 없으니까 죄의식을 연좌제로 적용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실상 이게 그들의 마지막 발악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이 자체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다. 독일이나 일본 '사람'은 계속해서 바뀌어간다. 그러나 분명하게 유지되어 내려오는 주체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독일 '정부'와 일본 '정부'이다. 세상이 죄의식을 요구하는 대상은 이 '정부'라는 주체인 것이지 결코 독일 국민 일본 국민 개개인이 아닌 것이다!

(아, 물론 개개인이 나치나 일제를 옹호하는 '빻은'모습을 보인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물론 그것은 '연좌'라는 개념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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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과거에 일어난 어떤 폐악에 대해서, 그 폐악의 주체가 되는 대상(특정 정부, 단체, 위원회 등)에게 죄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 폐악의 주체였던 사람들의 후손 개개인에게 죄를 묻고 미움을 발산한다면? 이는 마치 악질 범죄자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그 범죄자의 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을 죄다 미워하고 다니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보통 그런 행태를 '인종차별'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남성 죄의식 연대 요구'는 조상과 후손이라는 개념으로도 딱히 설명되지 않는다. 최소한 독일의 개개인과 일본의 개개인은 과거에 죄를 지었던 이들과 조상&후손이라는 개념으로 분명하게 연결되어있다. 그리고 물려받은 유산들도 있지. 독일과 일본이 아직까지도 의료 최강국인 이유가 무엇일까?


그런데 과거 여성 억압의 가해자였던 남성과 오늘날의 남성들이 그러한 조상&후손의 관계로 연결이 되기는 하나? 여자들끼리 결혼해서 여자만 낳고 남자들끼리 결혼해서 남자만 낳나?

그 시절 가부장적이었던 사악한 가해자는 그러나 오늘날 목청이 터져라고 페미니즘을 외치고 있는 그녀들의 직계 조상일 수도 있다. 물론 전근대 사회에서 억압을 받았던 불쌍한 김말자 할머니는 나의 직계 조상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남자들에게 무슨 죄의식을 '공유'하라는 말인가!

당신들은 정말 범죄자의 혈액형이 O형이었다는 이유로 세상 모든 O형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묻고 다니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것은 불교식 전생론을 동원해도 합리화될 수 없는 이야기이다. 불교 이론에 의하면 생이 바뀔 때마다 남녀의 성별도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고로 젊은 남성에 대한 연좌 죄의식 요구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속칭 '빻은'소리일 뿐이다.


++만약에 "세계 남성 가부장제 수호자 연합"과 같은 집단이 실존한다면, 거기 가서 죄를 물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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