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에 분노하는 '한남'들?

여성의 고통을 말하는 것과 남성을 비난하는 것은 다르다?

by 박세환

혹자는 이렇게도 말한다.


"남자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여자 힘들다고 말하는 겁니다. A가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B를 비난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문제지요. 그런데 지금 당신들은 A가 힘들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마치 B를 비난한 것처럼 여기면서 흥분들 하고 계시네요."


좋은 말이다. A가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 B가 나쁜 놈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른 개념인 것이지.

그런데 이 부분에서 한번 집고 넘어가고픈 부분이 있다.


신좌파 PC주의적 관념들은 처음부터 철저하게 "A가 힘든 것은 B가 나쁘기 때문"이라는 '제로섬적인' 인식 하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 인식이 옳건 그르건을 떠나서 "그렇게 만들어졌다."가 사실인 것.


여자가 힘든 것은 남자 때문이고
비 서구 문명이 힘든 것은 서구 문명 때문이고
청소년이 힘든 것은 성인들 때문이고
비주류 인종이 힘든 것은 주류 인종 때문이 된다.


지금 페미니즘은 그 도식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16년 강남역 사태 때 그 전설적인 문구를 떠올려보자. "잠재적 가해자!"

나라를 위해 힘쓰는 군인들에게 특별 배려해준다는 상점에다 좌표 찍고 시비 걸었던 이들은 또 누구였던가?

군인들에게 힘썼다고 주어졌던 '가산점'을 목숨 걸고 폐지해냈던 것은 또 누구였던가?

"남자도 힘들다."말 나올 때마다 우르르 몰려다니며 린치 걸고 다녔던 이들은 누구던가?


그럼에도 그간 한국의 페미니즘은 남녀 간의 제로섬 도식을 부추기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제 와서 82년생 김지영의 아픔 표명에 대해 제로섬적인 적대감을 표명하는 속칭 '냄져들'에게

논리가 빻았다고 비난을 퍼부울 텐가?


그 제로섬적인 적대감은 애초에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만약 그럼에도 '김지영'에 흥분하는 남성들을 비난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자, 그들은 먼저 16년 이래로 그 제로섬적인 적대감을 부추겨왔던 이들을 빻았다고 비난해야만 할 것이다.

그들이 잘못됐으며 틀렸다고 말해야만 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소중한 친구들을 "틀렸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남성들도 "82년생 김지영에 분노하는 남자들은 지나치게 과민하다."는 비판을 보다 진지하게 고려하게 되리라 본다.


그러나 당신이 논지의 일관성보단 주변 사람들과의 원활한 관계 유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면,
당신은 "김지영에 분노하는 한남들"에 대해서 더 이상 비난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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