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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pr 13. 2021

영화 '유령'(1999)

어둠과 절망


얼마 전까지 페북에서 어렸을 적 즐겨보았던 영화를 소개하는 밈이 돌았었다. 조금 시기가 지난 듯 하지만 그래도 나 역시 즐겨보았던 영화를 소개해 볼까 한다.
어렸을 적 내가 즐겨 보았던 영화는 터미네이터나 반지의 제왕. 그리고 한국영화 '유령' 정도? 


전자의 두 대작에 비해 네임벨류에 있어 현저하게 차이나는 '유령'이 왜 저기 끼어있는지 다소 의아하실 분들이 많으리라. '유령'은 하필 초 대작 영화 '쉬리'와 같은 시기에 나와서 "'크림슨 타이드'의 아류작"이라는 혹평 외엔 별 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체 쓸쓸하게 잊혀 간 군소 영화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예 유튜브에 무료로 풀려있는 이 영화에서 나는 '터미네이터 2'급의 임팩트를 받았었다.


사실 '아류작' 평을 들을 만큼 그 내용도 달리 특별할 건 없다. '골수 민족주의 파시스트 vs 평화주의 휴머니스트' 이건 2차 대전 이래 무수히 많은 밀리터리물에서 우려먹어온 사골 테마 아니던가ㅋ  

한국영화의 세계가 오늘처럼 거대해 지기 이전 단계의 영화인지라 등장인물들의 연기도 좀 어색하고 마초적 향수에 너무 집착한 듯한 최민수 캐릭터는 상당히 오글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림슨 타이드 아류작'이라는 악평을 물리치며 필자가 이 영화를 좋아했던 데엔 다 이유가 있다. 비슷한 플롯에도 불구하고 '크림슨 타이드'가 '유령'을 따라잡지 못하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바로 '분위기'이다. 간단하게, 유령이 크림슨 타이드보다 훠얼씬 어둡고 우울하다.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 잘 만들기로 유명한 잠수함 강국 독일의 잠수함 영화들과 비교해 보아도 유령 쪽이 더 어둡다!


필자는 저주스러운, 어둡고 우울한, 절망하는, 꿈도 희망도 없는, 죽어가는, 비장한, 몰락하는, 멸망하는 그런 분위기를 정말 정말 좋아한다. '비 인간'으로써 기계들이 주는 어떤 차가운 느낌들 역시 좋아한다. 그리고 유령은 그런 분위기를 정말 잘 연출해 내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RxUH1gQFx5A
스포일러의 여지가 있어서 더 이상의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필자는 5:30-8:30/25:00-엔딩 크레디트 장면들을 거짓말 좀 보태서 지금까지 백번쯤 돌려보았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필자가 쓰는 어떤 글들과 그 안에 담긴 사상들을 '저런 장면 백번씩 돌려보는 어떤 정신세계'에서 나온 것들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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