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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pr 18. 2021

페미니즘 반대의 물결은 존재한다!

넘치는 물결을 호미나 가래 따위로 막으려 들지 마라.

(일전에도 언급했던 부분이지만) 지배세력이 '민중 저항'에 직면했을 때 보이는 반응에는 몇 가지 단계가 있다. 


시리아에서 처음 '반발'이 터져 나왔을 때, 아사드 정권은 그 저항의 존재 자체를 인정치 않았다. 시리아는 아사드 가문의 우월한 통치 하에 너무나 잘 돌아가고 있으며, 이에 반대하는 이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음을, 존재할 수 없음을 말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저항의 강도는 더욱 커졌고 더 이상 그 저항의 존재를 감출 수 없게 되자 아사드 정권은 저항자들을 비난했는데, 그 비난의 대상이 되는 저항세력의 존재 자체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 서방과 이스라엘의 사주를 받은 더럽고 역겨운 불순 테러세력들이 도처에서 아름다운 시리아를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물론 정권 입장에서 그들의 대의 자체를 긍정할 순 없겠지만, 지배자들이 저항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는 그 자체 만으로도 '혁명'은 한 발 앞으로 나아간 것이다. 그렇게 2011년 이후 세상은 (옳건 그르건) 아사드 정권을 따르지 않는 시리아 저항세력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모든 저항은 이런 단계를 거치며 나아간다. 


...

페미니즘이 모든 걸 지배하고 있었다. 페미니즘의 지배자들은 자신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기류가 존재한다는 자체를 원하지 않았다. 그건 존재한다 하더라도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여야만 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가 옳건 그르건 그 여부를 떠나 거부자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해선 안된다!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이들" 이어야만 하며, 세상은 그저 페미니즘의 숭고한 통치 하에 모든 게 잘 이루어져 나아가는 중이어야만 했다. 사회의 모든 '공식적' 스피커들은 '페미 반대'의 존재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이 세상엔 오직 페미니즘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대중들만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페미니즘의 가치 하에 페미니즘에 충실하지 못했던 정치세력들을 단죄했다는 '기획된 결론'으로 포장되어야만 했다.


... 그런데 이준석이 여따가 초를 친 거지 ㅋ 그리고 20대 남성 현상.
잘 차려졌던 페미니즘 밥상에 잿가루 한 바가지가 퍼부어졌다.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페미니즘 거부자들"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다!

...


기획은 틀어졌다! 

이제 어느 바보도 "이번 선거는 페미니즘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식의 덜떨어진 소리를 지껄이지 못한다!
'반란'을 진압해보려 정신없는 페미니즘의 하수인들 조차도 기껏해야 "페미니즘도 안티페미도 아닌 선거였다!"라는 식의 궁색한 물타기나 시전하고 있을 뿐, 감히 "페미니즘의 가치가 재정립된 선거"따위의 헛소리를 지껄이진 못한다. 
이제 세상은 "페미니즘 반대자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진중권 교수는 너무나 고맙게도, 혼신의 힘을 다 해 우리를 비난함으로써 우리의 존재를 부각시켜주고 있다.    
주류 스피커들은 "여성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젊은 남성들이 꼬장을 부리며 사회를 어지럽히려 하고 있다!"라는 식으로 우리를 비하하려 들지만 어찌 되었건 그런 식으로라도 우리의 존재가 부각되는 그 자체로 좋은 것이다.


그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우리를 비난해주고 있기 때문에 세상은 우리의 존재를 알게 될 것이며 그리고...

... 죽어서도 잊을 수 없도록 만들어 주겠다.. 

+이런 측면에서 이준석의 공로는 인정해야만 한다. 아무리 이준석이 싫은 사람이 있다 해도, 여기의 공로만큼은 인정해 주어야만 한다. 이준석이 아니었음 이번 선거도 언제나 그러했듯 "페미니즘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숭고한 선거"따위로 포장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결코 사소한 문제 따위가 아니다. 

추가로 진중권 교수를 너무 비난하지 말자.

그는 지금 수고비를 한 달에 삼백만 원씩 받아가도 모자랄 정도의 헌신을 보이는 중이다!
진즉에 우리가 일부러 돈을 주고 고용해서라도 활용했어야 했던 무언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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