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환 Apr 11. 2021

이준석과 류근

서로 때려야 하는가?

민감한 이야기지만 용기를 내 조심스럽게 꺼내본다.


정치 사회 논의의 장에 들어서는 이들이 늘 그러하듯 안티페미(비페미니스트 포함. 솔직히 안페냐 비페냐 그런 용어 싸움 따위 상당히 소모적이라 생각한다. 본인은 그런 식의 정치용어 적합성 논쟁 자체를 상당히 싫어한다는 걸 오래된 독자분들은 알고 계시리라..) 진영 역시 큰 틀에선 좌우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서로 반목하지.


이를테면, 좌파안페(종종 안티페미가 아닌 비페미로 불린다.)들은 이준석에 대해서 좋게 말하지 않는다. 이들은 이준석이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발언을 해도 "영악한 표퓰리스트의 계산된 선동질"정도의 반응만을 보이곤 한다. 


물론 좌파안페와 우파안페가 페미니즘을 보는 시각과 이를 비판하는 방식엔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러한 차이 여부를 떠나 "그래도 이 정도면 후련하게 말 잘했네." 싶은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좌파안페들은 이준석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려주지 않으려 한다. 

좌파와 우파는 다르고, 때문에 '우파'인 이준석은 '좌파'의 관점에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함은 사실이다. 하지만 애써 그 차이를 논할 필요가 없는, 속 시원한 안페언행들에 대해서 역시 애써 부정 평가하고 깎아내릴 필요가 있을까? 


나는 이러한 증상이 상당 부분 열등의식과 진영논리에 기인한다고 본다. 좌파에선 아직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속 후련하게 표출하기 어려운데 이준석이나 하태경은 우파의 주류권에서 비교적 시원시원하게 페미니즘 비판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잘생기고 예쁘고 잘 나가는 연예인한테 애써 "저 X끼는 아마 엉덩이에 뿔이 나 있을 거야." 라던가 "쟤 얼굴 40도 각도에서 자세히 보면 존 X 못생겼음!" 하는 식으로 꼬투리를 잡고 싶은 그런 심리?


혹은 이준석을 칭찬함으로써 같은 좌파진영 이들에게 '우파 친화적'이라는 딱지가 붙을까 두려움에 나오는 자기 방어적 기제?

...


사실 이 문제가 '좌파안페'에게만 국한된 문제라면 본인이 이렇게 큰맘 먹고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우파안페들 역시 좌파안페들의 언행에 대해 좋게 평가하려 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우파들이 간을 꺼내 씹어먹고 싶어 하는 '털보아조씨' 사단이 사실 민주진보진영 내 안티페미(?)적 입장들을 상당히 수용해주고 있음에 대해 인지하고 감안해 주는 '우파안페'가 몇이나 될까? 


결정적으로 이준석 자신 역시 그러한데, 민주진보진영의 류근 시인이 "이대남들 뿔났으니까 남자들 독박 병역 쓸 때 여자들한테 뭐라도 시켜라!"라고 말했을 때 이준석은 "젊은 남성들의 페미니즘 문제의식이 고작 군대 문제만 가지고 나왔다 생각하는가?!"라 말하며 이를 비판, 폄하시켰다. 



... 말마따나 젊은 남성들의 이 엄청난 페미니즘 적대감을 그저 '독박 병영 딜레마' 즈음으로 국한시키는 게 답답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따지면 이준석 당신이 '그 질문'에 차마 쌍욕을 박을 수 없어서 그저 '답변 거부'정도로 끝내야 했던 것 역시 충분히 후련하진 않았다.

다들 그런 거다. 
(그리고 우파안페들이 박원순이라는 눈껄시러운 남페미의 몰락을 기뻐하느라 바빠 알게 모르게 우파 페미니스트들의 관점에 살짝살짝 포섭되는 듯한 모습이 있음에 대해서 역시 이준석은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약간씩이나마, 답답하게나마 조금씩 반발을 표출하려는 움직임이 나왔다면 좌우를 너머 좀 칭찬해주고 북돋아주는 그런 게 있어야 이쪽 활로가 좀 트일 것 아닌가?! 가뜩이나 기성 정치판에서 열세에 놓여있는 이쪽 담론인데 그 안에서도 좌우를 나누며 누군가 조금이라도 치고 나가려 할 때마다 서로 끌어내리려 바쁘다면 대체 앞으로 우리 목소리를 누가 대변해주고 싶어 하겠는가?!

페미 비판 문제에 서로 협조했다고 해서 경제담론의 차이점에 대해 논하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니다. 

혹자는 좌우를 너머 페미 비판했다고 다 칭찬해주자는 이야기냐며 이를 일종의 젠더이슈식 진영논리라 치부할지도 모르겠는데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했는데도 좌우를 나누어 어떻게 서건 꼬투리를 잡으려 하는 그런 태도야말로 진짜 진영논리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작가의 이전글 선거 감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