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할 수 없는 것을 손절하고파ㅜㅜ
'신자유주의자'들은 경제에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여겨졌다. 이들은 80년대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권력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경제적 이상을 점진적으로 반영해 나아갔다.
그 결과는 그닥 예상만큼 바람직하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직장을 상실했고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전체 사회의 재화 서비스 총량이 증가하는데도 일반 노동계층 삶의 질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심지어는 악화되는 상황들이 무수히 나타났다. 이것은 '자유경제'가 약속했던 장밋빛 미래와는 거리가 멀었다.
공적 개입 측면을 최소화하고 세상을 그저 자유로운 개개인간의 거래로만 돌아가도록 맡겨 두면 세상은 분명 엄청나게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왜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일까? 소위 말하는 '자유 쟁이'들은 이에 대한 합당한 대답을 내주어야만 했다.
그리고 고심 끝에 '자유'들이 내어놓은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진정한 자유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가짜 자유주의자였습니다. 고로 신자유주의가 실패했다고 해서 자유시장의 이상이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케인스주의의 전형적인 폐단(이라고 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해왔던) 방만한 화폐 발행을 신자유주의자들이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강변하곤 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의 정 반대편에 있는 이들로부터도 이와 놀랍도록 유사한 반응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련식 공산당들은 진정한 마르크스의 계승자들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스탈린의 일국사회주의 때부터 그들은 '진정한 이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지나치게 자본주의화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진짜' 공산주의의 이상은 세상에서 한 번도 실행된 적이 없다는 것이며, 고로 공산주의 이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죠. 적어도 중요한 점은, 소련식 공산당 체제의 실패를 공산주의 이념 자체의 결함이라는 식으로 왜곡, 호도해선 안된다는 겁니다."
자! 당신은 이 말에 동의할 수 있는가?
…
소련의 수뇌부들이 타락하여 마르크스의 숭고한 이상을 일부 왜곡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계급독재'라는 명분으로 일반 대중의 의지가 통치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경로를 차단해버렸다는 것(그들이 '자본가 압제'라는 명분으로 비난해왔던 체제에선 최소한 선거라는 형식을 통해 주기적으로 여론을 수렴하려는 시늉이라도 했다.), 경제의 영역에서 '개인의 영리 추구'라는 측면을 전면 차단했을 때 일어난 무수한 비효율들, 이런 부분들을 (이념 그 자체의 결함이 아닌)'단순한 경로 이탈'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하겠다.
애써 '신자유'를 손절 치고 싶어 하는 자유 쟁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신자유 놈들이 케인즈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방만한 화폐 발행'이라는 폐단을 바로잡지 못한 것이 궁극적인 패인이라고 질책하면서도 비교적 많이 실천된 다른 자유시장적인 측면들, 이를테면 부자감세 내지 쉬운 해고, 규제 철폐와 같은 정책들이 노동계층 삶의 질 향상에 있어 어째서 별다른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는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못한다.
기업들은 더욱 발전했을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좌파들의 고질적인 문제제기들처럼) 일반 노동계층의 삶은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다.
실업률은 올라갔고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이었다.
혹자는 자유주의 경제라는 것은 어느 특정 부분을 별도로 실행한다고 효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마치 '인피니티 건틀렛'마냥 부자감세, 쉬운 해고, 규제 철폐에다가 화폐 통제까지, 모든 스톤이 적절한 위치에 정확히 박혀있어야 필살기가 발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실 세상에선 그런 "한쪽으로 완벽하게 치우친 체제"라는 것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 우리는 0과 10 사이의 좌표축에서 살짝 오른쪽으로, 그러다 또 살짝 왼쪽으로 옮겨가며 경제를 조정해 나아갈 뿐이다. 만약 그 자체를 거부하고 완전한 0 내지 완벽한 10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제발 그런 사람들은 조용한 섬으로 가서 자기들끼리만 모여 살기를 바란다.
(만약 6개의 스톤을 모두 모아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면, 6개를 다 모으지 못할 바에야 애초에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는 게 낫겠네?^오^)
+나는 더 이상 "소련의 패망은 마르크스의 이상을 '바람직하게'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식의 변명을 듣고 싶지 않다. 그리고 신자유 실패는 자유주의의 폐단이 아니지만 동구권 붕괴는 공산주의의 폐단이 맞다고 빠락빠락 우길 사람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도 없다.
++자유시장 쟁이가 이 불편한 대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반응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명백하게 실패한 '신자유주의 실험 30년'을 '성공한 것'이라고 피의 쉴드를 시전하면서 장렬하게 자폭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