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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Dec 01. 2020

수능. 대체 뭘 응원하자는 말인가?!

서로를 더 잘 죽이라고?

영화 '배틀로얄'

정글 경쟁과 약육강식 원리에 찌든 우파적 세계관에 대한 지독한 우화.

영화 속에서 학생들은 "더 강한 일본을 만들기 위해선 더 강한 국민이 필요하고 그 '강한 국민'을 입증하기 위해 죽고 죽이는 생존 게임 속에서 다른 친구들을 모두 죽여 최종 승리자가 될 것"을 요구받는다.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서로를 죽여야 하는) 게임의 룰을 설명하는 영상이었다. 영상 속의 여인은 어떻게 서로를 죽여야 하고 룰을 어기면 당신이 어떻게 되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럼 다들 최선을 다 하라."며 격려의 맨트를 남기는 것 역시 잊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설명을 하는 여인의 모습이, 태도가, 말투가 너무나 깜찍하다는 것이다. 


"서로서로 이런 식으로 죽이세요*^^*" 

"서로 더 잘 죽일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룰을 어기면 당신은 죽을 거예요*^^*"

"그럼 최선을 다 하세요*^^*"


아니, 대체 무슨 '최선'을 다 하란 말인가?! 



그리고 영화 속에서 선생은 학생들을 주기적으로 응원한다. "간바레!(힘내라!)" 대체 누굴 위한, 무엇을 위한 '간바레!'인가?! 서로를 더 잘 죽이라고? 약육강식 정글 경쟁의 원리 하에 서로 죽고 죽이고 약자를 짓밟음으로써 자신의 강함을 더 잘 입증해 보이라고?!



(영화 속 학생들은 서로 다른 무기를 부여받는다. 누구는 잘 빠진 자동소총을, 누구는 냄비 뚜껑을. 이 역시 서로의 출발선이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우화이다.)


...


수능이다. 수능 철만 되면 메스미디어에서 매번 언급되는  단골 맨트. "수험생들을 응원합시다." 

대체 무슨 '응원'을 하란 말인가! 

모두가 잘 하건 모두가 못 하건 그 속에서도 승자와 패자는 나누어지게 되며 이 약육강식 경쟁 구도 속에서 '그들'이 원하는 건 자신이 아닌 다른 모든 친우들의 패배이다. 물론 그들이 그걸 원하게 된 게 그들 탓은 아니지. 구조가 그걸 요구한 것이고 그게 '경쟁'의 본질이니까!


남들보다 더 많은 영어단어를 외우고, 미분적분 문제를 남들보다 더 많이 맞혀 자기만큼 똑똑하지 못했던 친구들을 패배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인서울 명문대에 입성해 "서카포 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국숭세단"을 마치 시조처럼 읊조리며 서열과 위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삶을 응원하라고?

배치표 급간에 의한 서로의 위치를 되뇌며 "내가 너보다 세 급간 더 높으니 내가 너보다 세 급간은 더 우월해"라 자위하게 되는 삶을 응원하라고?


그렇게 토익과 자격증, 해외연수까지 거쳐 안정적인 대기업에 입사해 친우들과 연봉을 비교하며 자신이 얼마나 우월하고 열등한 지를 자각하게 되는 삶을 응원하라고? 

결혼 정보회사에서 그 연봉에 자신이 가진 집과 차량을 합산해 자신에 대한 총점수를 부여받고 "저 사람은 85점짜리라 싫은데 당신은 95점이지. 저 사람보다 10점이나 더 높은 배우자감이라 나는 저이가 아닌 당신을, 당신의 95점을 사랑해."라 말하는 배우자를 만나 알콩달콩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을 응원하라고?


대체 뭘 응원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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